IPO 좌초 위기 마켓컬리, ‘급식’ 도전에 담긴 의미

컬리 상장 예심 청구 안 해···“증시 상황 지켜보며 내부적으로 준비 중” 급식·식당업 사업목적에 추가···상품군 늘려 몸집 키우려는 전략, 통할지 관심

2022-03-14     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의 기업공개(IPO) 예비심사 청구가 지연되면서 사실상 컬리가 목표로 했던 상반기 내 IPO가 어려워졌다. 컬리는 IPO 계획은 변함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최근 급식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신선식품으로 시작해 여행·가전·뷰티와 같은 비식품군으로 사업군을 확대해온 컬리가 다시 식품인 ‘급식’에 뛰어든 가운데 컬 리의 사업 확대가 IPO에 도움이 될지 관심이 모인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컬리는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올해 1월부터 한국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청구할 계획이었으나 아직까지 상장 예심을 청구하지 않았다. 기업들이 상장 예심을 청구한 이후 실제 상장까지 평균 4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늦어도 2월에는 거래소 심사가 시작됐어야 상반기 내 상장이 가능하다. 컬리가 상장 예심을 청구하지 않은 만큼, 사실상 컬리의 상반기 내 상장 목표는 물 건너 갔다.

마켓컬리는 최근 증시 상황을 고려해 상장을 고민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앞서 컬리는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건을 공동 대표 주관사로 선정하고 직원들을 대상으로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보상안을 발표한 바 있다.

마켓컬리 실적 추이 및 투자 현황.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다만 김슬아 대표의 낮은 지분율, 시장 환경 악화에 수년째 지속되는 적자가 IPO의 걸림돌로 작용하면서 상장 시점이 늦춰지고 있다. 김 대표의 지분율은 2020년 말 기준 6.67%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김 대표가 상장 이후 안정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 만한 여건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분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의 지분율이 최소 20%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매년 커지고 있는 마켓컬리의 영업적자도 상장 발목을 잡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컬리는 지난 2018년 영업적자 337억원에서 2019년 1012억원, 2020년 1163억원으로 점차 늘고 있다. 현재 컬리는 물론 쿠팡, SSG닷컴 등 주요 이커머스 모두 흑자를 낸 적이 없다. 업계에서는 이커머스의 적자 운영 형태를 시장에서 감안해줘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거래소에서는 재무건전성, 경영 안정성 등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실제 업계 안팎에서는 거래소가 마켓컬리 상장 예심 청구 전 사전 협의에서 컬리의 재무건전성을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마켓컬리 측은 “거래소, 주관사와 IPO를 준비하고 있으며 IPO에 대한 계획은 변함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켓컬리는 최근 사업목적에 학교급식 및 대규모 급식처 공급업을 추가했다. 그간 화장품·숙박·렌털·건강기능식품 등 상품군을 확대했던 컬리는 아직 경험하지 않았던 분야 급식과 식당업을 신사업 분야로 추가했다. 급식과 식당업은 마켓컬리가 그간 관심을 보여왔던 분야는 아니지만 IPO를 위해 오프라인 영역으로까지 확대해 몸집을 키우려는 의도로 읽힌다. 앞서 진행된 대상의 초록마을 인수전에 컬리가 참여했던 이유기도 하다. 컬리는 지난 4일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푸드비즈니스랩 교수를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등기하기도 했다.

여기에 윤석열 당선인이 초등학생의 조식을 급식으로 지원하고, 방학 기간에 중식 급식을 지원하는 급식 사업 방안을 언급한 바 있다. 학교 급식사업자로 참여하지 않는 CJ프레시웨이, 현대그린푸드, 신세계푸드 등 대기업 식자재업체들은 중소형 급식업체에 식자재를 납품하고 있어 급식 수요가 늘면 매출 증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윤 당선인의 공약이 이행되면 급식 사업을 검토하고 있는 마켓컬리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윤 당선인의 공약에 따라 학교 급식 관련 시장에 커질 것이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식자재 공급업체뿐 아니라 신선식품을 취급하는 이커머스 기업들도 급식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마켓컬리가 판매 품목을 넓히고, 급식이나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방안을 추진하더라도 대기업집단에 비해 자본력이 뒤처지기 때문에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마켓컬리는 초신선, 검증된 신선식품만 취급하는 등 대기업집단에 비해 품질을 더 요구하고 있어 급식시장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급식사업과 관련해 당장 어떠한 계획이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급식 사업 진출이나 식자재 납품 등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사업목적에 추가한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