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아젠다-금융] 가계대출 규제 완화 기대↑···대폭 조정은 힘들듯

최초 주택 구입자 LTV 완화 공약···DSR 완화도 가능성 코로나 사태로 가계대출 급증···금융불균형 관리 시급

2022-03-10     유길연 기자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10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국민의힘 제20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실'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대출 규제가 대폭 완화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사태로 가계대출이 금융위기를 우려할 만한 수준으로 급증한 점을 고려하면 규제 완화의 정도는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 당선인은 오는 5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80%까지 완화한다는 공약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산이 부족한 청년, 신혼부부 등의 내집마련 기회를 확대하겠단 취지다. 생애 최초 구입이 아니더라도 지역에 관계없이 LTV를 70%로 통일할 계획이다. 다만 보유 주택 수에 따라 다주택자에게는 LTV를 30~40% 차등 적용할 것으로 점쳐진다. LTV는 주택 가격에 따라 받을 수 있는 대출 금액을 뜻한다. 

현재 LTV는 투기지역 여부, 매매가격, 주택 보유 수 등에 따라 20~70%까지 적용된다.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의 경우 매매가 9억원 이하는 LTV가 40%가 적용되며, 9억원을 초과하면 20%까지 떨어진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라면 부부 합산 연소득이 1억원 이하, 집값이 9억원(조정 대상 지역은 8억원) 이하면 LTV가 10%포인트 완화된다. 

이 밖에 윤 당선인은 신혼부부에게는 4억원 한도에서 3년 동안, 출산한 경우 5년까지 저금리로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에게는 3억원 한도로 3년간 지원하겠다고 공약했다.

금융권에선 새 정부가 들어서면 공약으로 내세우지 않았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완화도 추가로 진행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DSR은 연소득 대비 전체 금융대출의 원리금 상환액 비율을 뜻한다. 상환 능력 이상의 대출을 받는 것을 막기 위해 고안한 규제다. 현재 총 대출액이 2억원 이상이면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연 소득의 40% 이내로 제한된다. 오는 7월부터는 규제 대상이 총 대출액 1억원 이상으로 확대된다. 

DSR 강화로 기존에 받은 대출에 대한 규제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LTV만 풀면 효과는 반감될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LTV 규제 완화의 경우 은행의 가계대출 성장에는 긍정적이다“라며 ”다만 감독당국에서 추진하고 있는 가계대출 총량규제와 DSR 적용 확대의 완화 여부에 따라 실질적인 영향이 결정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가계대출이 급증한 상황을 고려하면 실제로 규제 완화 폭은 예상을 밑돌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가계대출 잔액은 코로나 사태가 이어진 2020년, 2021년 각각 8.3%(126조), 7.6%(124조원) 급증했다. 2년 연속으로 120조원 넘게 늘어난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된 2002년 이래 최초다. 

가계대출 급증의 영향으로 금융과 실물 경제 간의 괴리는 크게 심화됐다. 한은이 최근 발간한 보고서 '최근 우리나라 금융 사이클의 상황·특징 평가'에 따르면 가계대출을 포함한 민간신용을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비율이 2019년 4분기부터 2021년 4분기까지 2년간 26.5%포인트 크게 올랐다. 이는 외환위기(+13.4%포인트), 신용카드 사태(+8.9%포인트), 글로벌 금융위기(+21.6%포인트) 등 과거 경제위기 당시 증가 폭을 웃도는 기록이다. 

가계대출 증가로 금융불균형 현상이 계속 심화되면 금융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정연 한은 금융안정국 관리총괄팀장은 “민간 신용의 총량이나 증가율이 과거 위기 당시보다 높은 수준에 있다”며 “그래서 지금 당장 위기 상태라는 것은 아니지만, 과거 사례로 미뤄 이런 상태에서 대내외 충격이 발생하면 위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현재 우리 금융이 그만큼 위기에 취약하다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새 정부가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DSR 규제는 그대로 놔둔다면 LTV 규제 완화 자체도 어려울 수도 있다. DSR 완화를 하지 않고 LTV만 풀면 고소득자들만 추가 대출 혜택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하면 LTV 규제 완화 폭도 당초 공약 대비 줄어들 것이란 예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윤 내정자가 내세운 금융 관련 공약은 표를 얻기 위해 만든 측면도 분명 있다”라며 “현재 금융위기가 우려될 정도로 대출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막상 대출 규제를 눈에 띄게 완화하기엔 부담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