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니켈 대란···K배터리, 장기적으로 원가경쟁력 확보 필요성 대두
러시아 사태에 글로벌 니켈 가격 급등···한때 거래 일시중지까지 "K배터리, 신소재 개발하거나 주행거리 확대 전략 변화도 고려해야"
[시사저널e=서지민 기자]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에 글로벌 니켈 가격이 급등하면서 ‘하이니켈’ 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는 K배터리의 가격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니켈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되면 K배터리도 소재 개선, 배터리 생산 전략 변경 등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시도가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10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7일 니켈 가격은 톤당 4만2995달러(약 5312만원)를 기록했다. 지난 4일 2만9800달러(약 3664만원)와 비교하면 사흘 새 44%가 급등했다. 지난 7일에는 LME(런던금속거래소) 장중 니켈 가격이 순간 111% 급등하면서, LME가 일시적으로 니켈 거래를 중지하기도 했다. 장중 최고치였던 10만1365달러(약 1억2464만원)는 역대 니켈 최고가다.
최근 니켈 가격의 급등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이 크다. 러시아는 글로벌 니켈 생산량의 1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데 러시아에서 니켈 공급이 끊기면서 전 세계 공급망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LME의 글로벌 니켈 재고량도 지난 9일 기준 7만4778톤에 불과했다. 다만 니켈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뿐 아니라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한 배경도 있다. 이에 니켈 재고량은 작년 3월 10일 기준 약 26만톤에서 꾸준히 줄어들고, 가격은 1만6040달러(약 1970만원)에서 지속 상승 중이다.
니켈 가격이 오르면서 완성차업체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LFP배터리는 리튬·인산·철 등을 주 원재료로 하기 때문에 K배터리의 주력 제품인 삼원계(NCM)와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삼원계(NCM) 배터리의 주요 원재료는 니켈·코발트·망간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에너지밀도를 높이기 위해 니켈 함량을 80% 이상으로 높이는 ‘하이니켈’ 제품을 주로 생산 중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기업들, 특히 CATL의 경우 중국의 자국 보호책으로 빠르게 성장하면서 동시에 저가형 배터리로 글로벌 가격경쟁력까지 갖췄다. 니켈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한다면 에너지밀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저가형 배터리를 채택하는 완성차업체들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완성차업체들은 LFP배터리 채용을 확대하는 중이다. 앞서 테슬라가 중국 CATL의 LFP배터리 채용을 확대하고 있고, 벤츠·폭스바겐도 LFP배터리 탑재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차도 지난 2일 ‘인베스터 데이’를 통해 향후 LFP배터리 탑재 계획을 밝혔다.
중국발 저가 배터리 경쟁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K배터리 역시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한 대책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니켈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수록 신소재 개발이나 소재 개선 등을 통해 고가의 원자재를 줄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CATL은 이미 LFP배터리를 주력으로 하면서 나트륨이온배터리도 개발 중이다. 니켈과 코발트가 전혀 들어가지 않으면서, 리튬 대신 나트륨을 쓰는 방식이다. 나트륨은 리튬과 비교했을 때 매장량이 1000배 많고, 가격은 30분의 1 수준이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 CATL에 따르면, 아직 개발 단계로 2023년 상용화 계획이다.
K배터리 역시 배터리 생산에 있어 전략 변화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이 교수는 “과거 1주행거리가 130~150km일 때 촉발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주행거리 높이는 데 집중하면서 현재 필요한 배터리 용량도 2배 이상 커졌다. 이런 부분이 니켈 가격 상승과 배터리 수요 급증을 불러왔다고 볼 수 있다”며 “지금 전기차 주행거리는 대부분 400km를 넘고 충전인프라도 어느 정도 갖췄다. 앞으로도 니켈을 많이 써서 주행거리를 늘리는 데만 집중하게 되면 기업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미래 전기차 시장 점유율이 50%까지 갈 텐데, 지금 같은 구조로는 니켈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며 “결국 새로운 소재를 찾거나 주행거리를 늘리는 전략을 변경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은 기술혁신 등으로 장기적으로 원가를 낮추는 방법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한 배터리 기업 관계자는 “현재 니켈 공급계약을 계속 하면서 장기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비싸지는 건 기업 입장에서 손쓸 수 없는 부분이다. 가격이 올라갔다고 하이니켈 제품을 만들지 않을 수도 없다”면서도 “기술혁신 등을 통해 원가경쟁력을 갖춰가려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배터리 기업 관계자도 “배터리 가격 상승으로 전기차 가격 자체가 비싸진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분”이라며 “리스크 줄이기 위해서 장기 공급계약 등을 통해 가격변동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소재개선 같은 연구개발을 통해 원가를 낮추는 방안도 지속적으로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