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값 하락론’만 네 번째···정부의 외침이 공허한 이유

홍남기 “서울 등 집값 하락 체감”···강남에선 신고가 속출 급매물 거래 등 일시적 현상···여러 지표 전망 엇갈려

2022-02-23     길해성 기자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정부가 또다시 ‘집값 하락론’을 펼쳤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8차 부동산시장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지난해 12월 전국 아파트 실거래는 5채 중 4채가 이전 신고가 대비 하락했다”며 “이달 들어서는 서울 강남·서초·성동·경기 일산 등 다수 지역에서 1억원 이상 하락한 거래가 지속적으로 되는 등 체감 폭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의 집값 하락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건 이번이 네 번째다. 지난해 12월 22일 제35차 부동산 장관회의에서부터 시작해 올해 1월 5일(제36차)과 19일(제37차) 열린 회의에서도 집값이 떨어졌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 부총리의 주장과 달리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당장 강남권에선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달 21일 46억6000만원(전용면적 84㎡)에 거래되며 2개월 만에 이전 최고가(지난해 11월·45억원)를 갈아치웠다. 강남구 현대1차 전용 196㎡도 지난달 80억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다시 썼다. 지난해 3월 기록한 64억원 대비 16억원 가량 오른 금액이다.

통계에서도 엇갈린 지표가 나타난다. KB국민은행 리브온의 주간 주택시장동향을 살펴보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선 마이너스 변동률을 찾아보기 어렵다. 2월 둘째 주 기준 서울은 0.01%, 수도권은 0.02% 올랐다. 서울의 경우 마이너스 변동률을 기록한 곳은 25개 자치구 가운데 4곳에 불과하다. 부동산R114 역시 비슷한 흐름을 나타냈다.

반면 홍 부총리가 집값 하락의 근거로 삼은 한국부동산원에선 같은 기간 서울 25개구 가운데 22개구가 하락했다. 한쪽 추세만으로 보편적 하락이라고 판단하는 게 맞는지 의문이 든다.

더 깊이 들어가 보면 추세적 하락을 단언하긴 더 어렵다. 현재 급매물이나 전세를 낀 '갭 매물'이 거래되면서 일부 하락했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대세 하락이라고 하기엔 거래량도 턱없이 부족하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678건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된 지난 2006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처럼 집값이 보편적 하락으로 전환했다고 하기엔 여러 지표와 변수가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금은 누구도 쉽사리 거래에 나서기 힘든 비정상적인 시장이다.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정확한 정보를 줘야 하는 시점에 정부가 성급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