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쏘아올린 중소기업 대출전쟁

1년 넘게 금리 가장 높았던 KB, 최근 두번째로 낮게 대출 내줘 가계대출 규제·자영업자 부실위험···중소기업 대출이 '해법'

2022-02-23     유길연 기자
KB국민은행 서울 여의도 본점 전경 / 사진=KB국민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KB국민은행이 그간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높게 유지하던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최근 낮은 수준으로 조정했다. 당국의 규제로 가계대출은 늘리기 어렵고 자영업자 대출 리스크가 커진 상황에서 중소기업에 집중해 전체 대출자산 성장을 이끌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의 행보로 다른 은행들도 대출 금리 경쟁력을 유지하려 애쓰면서 시중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전쟁은 더 격화되는 양상이다.  
 
23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국민은행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 간 중소기업(자영업자 제외)에 제공한 물적담보대출의 평균금리는 3.33%로 집계됐다. 5대 시중은행 가운데 하나은행(3.28%) 다음으로 낮은 수준이다. 국민은행 다음으론 신한·우리은행이 각각 3.35%을 기록했고 NH농협은행이 3.52%로 가장 높았다. 

국민은행은 그간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중소기업 대출금리를 이어간 바 있다. 2020년 상반기만 해도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하반기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려 작년 10월까지 이를 유지했다. 하지만 이후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대출금리 상승폭을 최소화하면서 시중은행 가운데 경쟁력 있는 금리 수준으로 조정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올해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는 것이 중요한 만큼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금리로 조정했다”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은 올해 중소기업·자영업자 부문 등 기업대출 말고는 대출자산을 늘릴 방법이 없다. 금융당국은 올해 가계대출 총량 규제를 더 조인 탓이다. 시중은행은 가계대출 잔액 증가율을 작년보다 1%포인트 더 하락한 4~5%선으로 맞춰야 한다. 국민은행도 이에 맞춰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는 5%로 정한 반면 기업대출은 7%로 잡았다.  

자료=은행연합회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국민은행이 강점을 보이던 자영업자 대출을 늘리기엔 부담이 크다. 최근 자영업자 대출이 대규모 부실 사태의 ‘뇌관’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코로나 터널을 지나오면서 대출을 크게 늘렸지만 매출 회복에는 실패해 상환능력은 크게 하락한 상태다. 자영업자 대출을 더 늘리면 그만큼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도 불어나는 셈이다. 국민은행이 중소기업과 달리 자영업자 대출은 금리 수준을 계속 높게 유지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은행은 전체 대출에서 중소기업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다른 은행들보다 낮다. 그간 중소기업 대출 금리도 높게 유지되다 보니 중소기업 대출 비중은 쉽게 늘지 않았다. 지난해 말 국민은행의 전체 대출 잔액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은 13%였다. 가장 높은 신한은행(21%)보다 8%포인트 낮다. 

이에 약점으로 꼽히는 중소기업 대출에 전력을 쏟기 위해 대출 금리를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으로 정한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향후 대출 확대 전략에 대해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우량 중견기업이나 외감기업 등 중소기업에 대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국민은행이 대출 금리가 낮은 수준을 기록하자 각 시중은행 간 대출금리 격차도 크게 줄었다. 국민은행이 큰 차이로 가장 높은 금리를 기록한 2020년 8~10월에 국민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 간의 격차도 최대 0.15%포인트였다. 이후 차이가 줄어들더니 작년 11월과 올해 1월 동안 가장 높은 금리였던 농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은행의 대출 금리 차이는 최대 0.05%포인트로 감소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3.28~3.35% 구간 사이에 빼곡히 몰린 것이다.

국민은행의 적극적인 행보로 중소기업 대출 경쟁이 격화되면서 올해 시중은행 실적은 리스크 관리에 따라 좌우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중소기업 대출 가계대출에 비해 리스크가 크다. 특히 외부 회계기관으로부터 감사를 받지 않는 소형 기업(비외감기업)의 경우 부실 위험이 높다. 리스크 관리에 실패해 대손충당금을 대규모로 적립하면 은행의 당기순익도 급감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경기가 완전히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중소기업 대출 사이즈를 무작정 늘리는 것은 리스크가 크다”며 “이에 이익을 잘 내고 있는 중소기업을 어느 은행이 더 많이 확보할 것인가가 경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