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진 청약문턱에 청약통장 인기 시들
지난달 서울 주택청약통장 신규가입자, 직전월 대비 51명 증가에 그쳐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시세대비 낮은 값에 내 집 마련을 할 수 있어 인기를 끌던 청약이 예년대비 시들해지면서 청약통장 가입자 수도 이전보다 더디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말 분양가상한제 개편으로 이전대비 분양가가 높아졌고 그럼에도 공급물량은 적어 당첨가능성은 낮은 가운데 구축아파트 시세는 조정을 보이자 가입자수는 줄고 해지자는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전국 청약통장 가입자수는 2841만3016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1월 신규 가입자수는 4만130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달인 지난해 12월 신규가입자가 1만7872명이던 점에 견주어보면 2배 이상 증가한 수준이나, 지난해 8월 신규가입자가 10만3728명으로 10만명을 훌쩍 넘어선 것에 비하면 절반에 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서울지역의 신규가입자수는 더욱 초라하다. 1월 말 기준 서울 종합저축 가입자는 623만5814명으로, 지난해 12월에 비해 51명 증가하는데 그쳤다. 그나마 지난해 11월과 12월에 계약을 해지하는 이들이 늘며 각각 645명, 7852명이 감소한 것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나 청약통장 가입이 인기를 끌던 지난해 3분기에 비하면 신규 가입자수는 턱없이 적다. 서울 기준 청약통장 신규 가입자 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09년 출시 이래로 2015년 3월과 2019년 12월 그리고 2021년 11월, 12월 등 4차례에 불과한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입자가 감소하거나 신규가입자 증가폭이 미미한 추세가 이어지는 것이다.
지난달 서울에서 분양에 나서 청약통장을 활용해야 했던 사업장은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폴라리스(미아3구역 재개발) 한 곳에 불과했다. 이 점에 미루어보면 아파트 청약에 당첨돼 청약통장 활용과 함께 해지된 사례보다 자발적으로 해지한 사례가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청약통장 가입자들은 쉽게 해지하지 않는다. 무주택자가 분양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서는 청약통장이 필수이고, 청약시장이 뜨거울 때는 청약통장 유지기한이 당첨을 결정짓는 중요요소 중 하나가 되는 영향이다. 통장을 해지하면 그동안의 보유기간은 인정돼지 않는다.
그럼에도 청약통장 가입자수 증가폭이 완만해지고 해지자수가 늘어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통장보유의 매력이 사라진 영향이라고 판단한다. 서울의 경우 여전히 로또청약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경쟁률을 유지하고 있어 이른바 청포족으로 불리는 청약포기자들이 늘고있는 것이다. 특히 최근 서울과 수도권 곳곳의 아파트 시황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구축 아파트로 내집 마련이 쉬워졌다는 점도 청약통장 해지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일부 부동산업계 종사자들은 청약통장 가입자수가 부동산 시장 흐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앞으로 주택시장의 하향세를 미리 예고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인천 송도 등 수도권에서도 미계약분 증가로 인해 청약통장 없이도 신청할 수 있는 줍줍물량이 늘고 있다”며 “주택시장이 호황일 때 보다 청약통장의 유무와 유지기한 시기가 중요하진 않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