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시장 뛰어든 스타트업···‘K-RE100’도 동참한다

필수 요소된 ESG···10년 후엔 글로벌 시장 130조억달러 전망 스타트업도 참여가능한 ‘한국형 RE100’ 도입···동참 기업 증가 식스티헤르츠, “스타트업들의 ‘K-RE100’ 동참 지원할 것”

2022-02-21     염현아 기자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ESG가 필수 요소로 작용하면서 스타트업 업계에도 ESG 바람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 극복을 위한 친환경(E)·신재생 에너지 산업에 진출하는 스타트업들이 크게 늘면서 ‘RE100’ 동참 움직임도 가속화되고 있다.

21일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시장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지속가능투자연합(GSIA)에 따르면 2020년 40조5000억달러(한화 4경5000조원)였던 시장 규모가 10년 후엔 약 3배인 130조달러(14경원)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국내에서도 ESG경영이 스타트업 투자의 필수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ESG 특화 스타트업들의 대기업 협업이나 투자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글로벌 ESG 시장 전망 그래프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최근 대통령 후보 토론회에서 등장해 화제로 떠오른 RE100은 글로벌 기업과 대기업이 소비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기 위해 참여하는 캠페인이다. 현재 RE100에 가입한 국내 기업은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10곳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스타트업들의 동참을 끌어내기 위해 지난해 초 ‘한국형 RE100(K-RE100)’ 제도를 도입했다. K-RE100에 가입하기 위해선 한국전력공사의 녹색요금제에 가입하거나 재생에너지와 계약을 하는 장외거래(직접 PPA) 등의 수단이 있지만, 장기 계약이 요구되고 난이도가 높아 스타트업들이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K-RE100에 동참하고 있는 대표적인 스타트업 식스티헤르츠는 재생에너지 인증서(Renewable Energy Certificate·REC)를 구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REC 구매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가 판매하는 REC를 친환경 전력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REC 거래가 국내 스타트업들에게 가장 적합한 동참 방법이라고 평가한다.  

전국 13만개 태양광·풍력 발전소를 조사해 미래 발전량을 예측할 수 있는 ‘대한민국 가상발전소’ 기술을 개발한 에너지 스타트업 식스티헤르츠는 제주에너지공사의 재생에너지 구입에 성공해 K-RE100에 가입한 국내 스타트업이 됐다. 

식스티헤르츠는 21일 오후 임팩트 투자사 소풍벤처스와 함께 국내 스타트업의 K-RE100 참여 필요성을 알리기 위한 포럼을 개최했다.

소풍벤처스는 식스티헤르츠뿐 아니라 재무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소셜 임팩트)를 동시에 창출하는 스타트업들에 집중 투자하는 임팩트 투자사로 2008년 국내 최초로 설립됐다. 친환경 화장품 제조업체 '동구밭', 대체육 스타트업 '위미트', 푸드업사이클링 스타트업 '리하베스트', 분리수거 솔루션 플랫폼 ‘오늘의분리수거’ 등 여러 친환경 스타트업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스타트업 ESG와 재생에너지 사용’ 포럼이 열리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포럼의 포문을 연 한상엽 소풍벤처스 대표는 “리스크를 낮추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아직 ESG 투자에 소극적이지만, 포트폴리오사인 리하베스트는 오비맥주와, 오늘의분리수거는 스타벅스와 협업하고 있는 것처럼 이제 대기업들이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스타트업에 대규모 투자 및 인수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 대표는 또 “한국거래소의 ESG 가이드 제정으로 상장을 준비하는 스타트업들은 이제 ESG 대응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풍벤처스는 기후변화 관련 투자를 위한 '기후 펀드‘와 기후변화 관련 전공 석·박사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에서 열린 ‘스타트업 ESG와 재생에너지 사용’ 포럼에서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가 강연하고 있다. / 사진=염현아 기자

REC 구입으로 K-RE100에 동참한 식스티헤르츠는 가입 과정과 노하우 등을 공유했다. 

김종규 식스티헤르츠 대표는 “RE100에 동참하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K-RE100 거래 플랫폼을 통해 직접 가입을 해봤다"며 "가입 신청에만 16일 이상 걸리고, 인증서 구매를 위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작은 규모의 회사가 소화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김 대표는 또 "REC 구입이 상대적으로 절차가 간편하긴 하지만, 작은 물량 거래나 가격 예측이 어려웠다"며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들이 RE100에 동참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