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통합 결론 발표 내주로 연장···슬롯·운수권 재분배 반발 영향?
공정위,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 심사 결과 발표 다음주 예정 슬롯 및 운수권 재배분 관련 내용 조율에 시간 걸리는 듯 대한항공, 슬롯·운수권 반납시 통합 시너지 효과 적어···미주·유럽 매출 50% 달해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심사 결과 발표가 예상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통합과 관련해 조건부 승인을 제시했으나, 대한항공 측과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의견 차이가 있어 조율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인다.
17일 공정위에 따르면 양사 기업결합 심사 결과 발표는 다음주 나올 예정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9일 전원회의를 열고 기업결합에 대해 논의한 후, 이번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미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지연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는 알 수 없으나, 업계 안팎에선 슬롯(항공기가 특정 시간대 공항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 및 운수권(노선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 재배분 관련 의견 조율에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공정위는 양사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해 일부 운수권 및 슬롯 재배분 등의 조건을 이행하면 결합을 승인하겠다고 밝혔다. 재배분 대상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양사 통합에 따라 독점이 우려되는 곳이 대부분일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재배분 대상 슬롯 및 운수권의 경우, 대부분 알짜 노선 관련으로 대한항공 수익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한다. 유럽, 중국 노선 주요 운수권 및 미국 노선 관련 슬롯의 경우 경쟁이 적어 그만큼 수익이 보장된 곳이다.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19년 기준 노선별 매출을 살펴보면 대한항공은 미주 29%, 유럽 19%로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했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중국 노선 비중이 19% 수준으로 국적 항공사 중 중국 노선 매출 비중이 가장 높다.
앞서 공정위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가 통합할 경우 여객 기준 87개 노선, 화물 26개 노선에 대해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가장 비중이 큰 것은 국제선 여객 노선으로 미주 5개, 유럽 6개, 중국 18개, 동남아 19개 등 총 65개 노선에 경쟁제한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인천~LA·뉴욕·시애틀·바르셀로나·장자제·프놈펜·팔라우·시드니, 부산~나고야·칭다오 등 10개 노선은 결합 후 양사 점유율이 100%에 달해 독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 입장에선 해당 슬롯 및 운수권을 포기할 경우 통합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사실상 통합이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앞서 대한항공은 통합 후 연간 3000억~4000억원 이상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는데 운수권과 슬롯을 회수 당하면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또한 시너지 효과 약화로 인해 당초 목표로 했던 인력 구조조정 없는 통합도 기대하기 어려워진다. 운수권 및 슬롯 회수로 인해 취항할 수 있는 노선이 축소될 경우, 필요 인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어서다. 대한항공은 양사 통합 이후에도 부문별 인력 재배치 등을 통해 인위적 구조조정 없이 인력을 운영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대한항공이 기존 슬롯 및 운수권을 포기하면서까지 아시아나를 통합할 이유가 없다는 시각도 나온다.
아시아나의 경우 지난 2019년 매각 절차를 밟으면서 국내 여러 대기업들과 접촉했으나 마땅한 인수 후보자를 찾지 못했다. 이후 HDC현대산업개발과 합병을 추진했다가 무산된 이후에도 인수 기업을 찾지 못했으며, 산업은행의 권유로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자로 나선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할 경우 사실상 인수 기업이 없어 파산에 이를 가능성이 높고, 추후 자연스레 아시아나항공이 가졌던 슬롯과 운수권을 대한항공이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한항공 입장에선 알짜 노선을 포기하면서까지 무리해서 아시아나를 인수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다만 통합이 무산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 열린 전원회의에서 양 측은 마라톤 논의를 통해 최대한 합의안을 내놓았으며, 현재는 공정위 내부에서 일부 사항을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승인할 경우 해외 경쟁당국 승인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대한항공은 한국을 제외하면 미국, EU(유럽연합), 일본, 중국, 영국, 호주 등 6개국 승인만 남겨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