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 청약 다시 불붙나···다시 치솟은 경쟁률 ‘눈길’
IBKS제17호스팩, 비례 경쟁률 1700대 1 넘어서 지난해 소형 스팩 따상에 따른 기대감으로 분석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IPO(기업공개) 시장에서 특정 종목에만 자금이 몰리는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소형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두드러진 흥행 성적을 내고 있어 주목된다. 상장 첫날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지난해의 사례와 비슷하다는 점에 투자 수요가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IBK투자증권이 주관하는 ‘IBKS제17호스팩’은 이달 8~9일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은 결과 전체 경쟁률 868.017대 1을 기록했다. 비례 경쟁률은 1736대 1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9월 3921대 1의 비례 경쟁률을 기록한 ‘유진스팩7호’ 이후 청약에 나선 스팩 중에서 가장 높다.
IBKS제17호스팩의 자금 몰이는 최근 IPO에 나선 기업들이 부진한 흥행 성적을 거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 상장을 추진하는 인카금융서비스는 지난 7~8일 일반 청약 경쟁률이 25대 1에 그쳤다. 이달 최대어로 꼽혔던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기관 수요예측 부진에 일반 청약도 시도하지 못하고 청약을 철회해야 했다.
IBKS제17호스팩의 흥행은 지난해 스팩 열풍과 비슷하다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지난해 IPO 투자 열풍이 스팩에도 미치면서 유진스팩7호을 비롯해 ‘삼성머스트스팩5호’, ‘한화플러스제2호스팩’, ‘IBKS제16호스팩’ 등이 수백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지난해 초 청약에 나선 스팩 대다수가 한 자릿수 경쟁률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변화였다.
다양한 스팩들 중에서 이들 스팩에 자금이 몰린 배경에는 공모 규모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통상 스팩은 100억원대 규모로 공모에 나서는데 유진스팩7호의 공모 금액은 80억원이었고 삼성머스트스팩5호, 한화플러스제2호스팩, IBKS제16호스팩은 각각 80억원, 75억원, 64억원이었다. 공모 규모가 작다보니 상장 시 움직임이 가벼워지면서 주가 급등 형태가 나타났던 것이다.
실제 삼성머스트스팩5호는 지난해 6월 17일 상장 첫날 이른바 ‘따상’(공모가 두 배에 시초가 형성 후 상한가)에 성공했고 이 후 세차례 더 상한가를 기록하는 이상 급등 현상을 보였다. 한화플러스제2호스팩 역시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했고 유진스팩7호와 IBKS제16호스팩은 주가가 급락하긴 했으나 장 초반 따상을 기록했다.
IBKS제17호스팩은 공모 금액이 50억원으로 이들 스팩 보다 규모가 더 작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형성된 것이다. 특히 상장 후 유통 가능주식 수를 보면 IBKS제17호스팩은 250만주(상장주식 수는 272만주)로 삼성머스트팩5호의 상장 첫날 유통가능 주식 수였던 400만주, 유진스팩7호의 400만주, IBKS16호의 319만주 보다 적은 상황이다.
이에 실제 IBKS제17호스팩이 상장 당일 따상에 성공할 수 있을 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기관 경쟁률만 1075대 1로 스팩으로선 쉽지 않은 관심을 받았고 유통 가능 주식 수가 적다는 점에서 따상이 가능하다는 관측이 있는 반면 지난해 말의 경우 100억원 미만의 소형 스팩이 다수 나왔지만 따상에는 실패했었다는 점에서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발기인이 누구인지에 따라 스팩의 가치가 결정되기도 하지만 합병 이슈가 나오기 전까지는 가치를 측정하기 쉽지 않은 특성이 있다”며 “투기적 수요에 따른 청약 과열로 볼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