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바백스 국내 공급 본격화···‘K-백신’ 상용화도 목전
9일 노바백스 백신 본격 출하···이달 내 200만회분 공급 국내 접종률 87%···국내 남은 신규접종 수요 거의 없어 SK바사·유바이오 “접종률 낮은 해외 시장 집중할 것”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본격적인 국내 공급 준비를 마친 노바백스 코로나19 백신이 국내 미접종자 접종에 사용된다는 전망이 나오자 상용화를 앞둔 국산 백신에 빨간불이 켜졌다. 87% 수준의 높은 접종률로 이미 국내 신규접종 수요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노바백스가 남은 수요를 확보할 것이란 우려에서다.
9일 오전 미국 노바백스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뉴백소비드’가 SK바이오사이언스 안동 공장에서 처음 출하됐다. 뉴백소비드의 원액·완제 제조 등 위탁생산(CMO)을 맡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이달 말까지 약 200만회 접종분을 출하한다는 계획이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얀센에 이어 다섯 번째로 국내 승인을 받은 노바백스 백신은 유일한 합성항원 백신으로,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일부 단백질을 선별해 유전자를 재조합한 방식으로 개발됐다. 이미 B형 간염, 자궁경부암 백신 등으로 개발돼 전통적으로 사용해온 백신인 만큼 유효성과 안전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뉴백소비드는 특히 1인용 주사제인 ‘프리필드시린지’ 형태로, 의료기관에서 희석하거나 소분하지 않아도 바로 접종이 가능하다. 기존 백신은 여러 명의 물량을 한 곳에 보관하도록 생산돼 희석 과정에서 용량 오류 등의 문제들이 종종 발생하기도 했다.
SK바사 관계자는 “프리필드시린지 형태는 복잡한 절차 없이 손쉽게 접종이 가능해 의료진 업무 부담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2~8도의 상온 유통·보관도 가능해 해동 과정도 불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존 mRNA 백신은 영하 20~80도의 초저온 콜드체인을 활용해야 했다. 노바백스 백신이 접종 편의성을 높일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정부는 뉴백소비드를 국내 18세 이상 미접종자들에 우선 접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날 복지부 관계자는 “노바백스 백신은 노인·중증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하거나, 기존 백신 접종을 꺼리는 미접종자들에 우선 투여될 가능성이 높다”며 “정확한 계획은 내일 공식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노바백스 백신이 국내 미접종 방역공백을 메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바이오 업계에선 국산 백신의 수요가 둔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9일 기준 전국의 코로나19 백신 1·2차 접종률은 각각 87%, 86%로 높은 수준의 접종률을 보이고 있다. 그만큼 신규접종 수요는 현저히 적은 상황이다.
우선 노바백스 CMO를 맡고 있는 SK바사는 첫 국산 백신 ‘GBP510’의 상용화도 앞두고 있는 만큼 고민이 깊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바사는 곧 상용화될 신규접종 목적의 백신은 해외 시장을, 현재 개발 중인 부스터샷용을 통해 국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SK바사 관계자는 “노바백스가 국내 미접종률을 낮추면, 아무래도 이제 국내 신규접종 수요는 기대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GBP510은 아직 1차 접종률이 4~50%로 저조한 해외 저개발 국가를 중심으로 공급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올 상반기 GBP510의 국내 품목허가와 세계보건기구(WHO)의 사전적격성평가(PQ) 인증을 받은 후에 코백스 퍼실리티 등을 통해 공급을 진행한다는 설명이다.
현재 부스터샷용으로도 개발 중인 GBP510은 부스터샷 목적의 효능 검증을 위한 한 차례 임상을 남겨둔 상태다. 식약처는 국산 부스터샷의 연내 상용화를 위해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SK바사에 이어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임상 3상을 승인받은 유바이오로직스도 국내보다 해외 시장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유바이오는 현재 개발 중인 유코백-19의 연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유바이오 관계자는 “필리핀·사우디아라비아와의 MOU(업무협약)를 통해 현재 아시아, CIS(독립국가연합), 중남미 등에서 유코백-19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며 “상용화 이후 중소소득국을 타켓으로 해외 진출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유바이오 역시 신규접종 목적 외에도 부스터샷 개발을 함께 계획 중이다. 유바이오 관계자는 “유코백-19의 3상 승인을 조건으로 부스터샷 개발을 설계 중이었다”며 “신속한 개발을 위해 유코백-19의 글로벌 3상과 부스터샷 효능 검증을 위한 임상을 동시 진행하는 ‘오버랩’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 외에도 현재 국내 7개사가 국산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이미 시기를 놓쳤다는 우려도 있다.
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현재 대조백신 확보와 대상자 모집 문제로 임상이 많이 지연돼 향후 해외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며 “기술은 있어도, SK바사나 유바이오처럼 스스로 난제를 풀 재원이나 역량이 없는 업체들엔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