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에 놀랐나’···더 화끈해진 반도체 업계 성과급 잔치
SK하이닉스 지난해 책정 기준 바꾼 후 기본급 1000% 성과급 지급 삼성전자 메모리 부문에 성과급 외 특별보너스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반도체 업계가 직원들에게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했다. 지난해 한 차례 논란을 겪은 후 특히 올해는 더욱 과감하게 성과급 지급에 나서게 됐다는 분석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2021년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다. 삼성전자의 작년 매출은 279조6000억원, 그 중 반도체 부문은 94조1600억원으로 인텔을 제치고 1위를 탈환했다. 영업이익은 51조6300억원으로 역대 세 번째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역대급 호실적을 기록했다. 매출 42조9978억원, 영업이익 12조410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34.8%, 147.6% 늘어났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3년 만에 최대치다.
많이 벌어들인 만큼 예상대로 성과급 잔치를 열었는데, 두 회사 모두 작년 성과급 논란 이후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는 분석이다.
작년 성과급 논란을 겪은 SK하이닉스는 새롭게 바꾼 체계를 적용해 성과급을 지급했다. SK하이닉스는 전직원들에게 작년 분 성과급(PS)으로 기본급 기준 1000%(연봉의 50%)를 지급했다. 지난해까지 SK하이닉스는 성과급을 책정할 때 EVA(경제적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삼았다. SK하이닉스가 작년 호실적을 내고도 직원들이 만족할만한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한 것은 이 기준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결국 SK하이닉스는 직원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2021년 성과급부터 EVA가 아닌 영업이익과 연동해 성과급을 주기로 했다. 영업이익의 10%를 직원들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키로 했는데, 이런 가운데 사상최대 실적까지 내자 기본급 기준 1000%의 성과급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작년보다 성과가 잘 나왔고, 합의하고 약속한대로 성과급 지급을 한 것 뿐"이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사업부 임직원에겐 월 기본급의 300%, 메모리사업부와 관련된 부서인 반도체연구소와 글로벌인프라총괄 부서 등에 200%의 특별보너스를 지급하기로 했다. 특별 보너스는 말 그대로 성과급(PS)과 별도로 주는 보너스로 메모리 부문의 선전을 특별히 격려하기 위한 것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지난달 직원들에게 특별보너스를 지급한 바 있어 일각에선 이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다만 내부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경우 SK하이닉스와 달리 메모리 외 다양한 사업부들이 있어 특별보너스를 받지 못한 곳에선 일부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감지된다. 기존 경쟁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성과를 내는 곳 외 전사적 차원에서 키우고자 하는 비메모리 부문 등에 대해선 어떻게 동기부여를 시킬 것인지 여부가 향후 보너스 지급 기준과 관련해 관건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