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퇴사 직전 업무용 노트북 포맷은 업무방해”
“직접 가해지는 힘 아니어도 정상업무 방해하면 업무방해” 영업자료 삭제한 직원 A씨 징역 8월에 집유 10월 ‘확정’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경기 화성에 위치한 중견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던 A씨는 대표이사가 경영권 승계를 위해 임직원 중 일부를 해고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회사 본부장 등과 퇴사를 결심한 A씨는 매월 자료를 백업하도록 한 회사방침에도 불구하고 3개월간 백업을 하지 않았다. 퇴사 직전에는 사용하던 노트북을 포맷했고, 인수인계도 없이 퇴사했다.
A씨와 함께 퇴사한 임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각 업무용 노트북에 있던 회사의 개발 업무, 거래처, 자재구매 등 관련 자료를 모두 백업하지 않았다. 이들은 또 함께 퇴사한 본부장과 함께 직전 회사와 유사한 상표의 회사를 만들었다. 전 회사 대표는 업무현황 등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검찰은 드라이브 포맷 행위에 업무방해를, 유사 회사 설립에 부정경쟁방지법위반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퇴사 전 업무용 노트북 드라이브를 포맷한 행위는 업무방해에 해당한다는 대법원판결이 나왔다.
대법원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업무방해,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1일 밝혔다.
대법원은 “업무방해는 반드시 업무에 종사 중인 사람에게 직접 가해지는 세력이 아니더라도 사람의 자유의사나 행동을 제압할 만한 일정한 물적 상태를 만들어 정상적인 업무수행 활동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곤란하게 하는 행위도 포함될 수 있다”며 “피고인의 행위는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하고, 적어도 미필적으로는 업무방해의 범의도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퇴사 직전 회사의 공용폴더로 백업을 하지 않은 자료를 인수인계 없이 삭제한 행위가 업무방해죄의 위력에 해당한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에 대해서도 “피고인이 피해 회사와 유사한 영업표지를 사용한 행위는 일반 수요자가 피해 회사의 영업표지와 혼동하게 하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