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감한 서학 개미, 올 들어 3배 레버리지 상품 대거 담았다
나스닥·반도체 지수 상승에 3배 추종하는 ETF, 순매수 1·2위 테슬라와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IT주도 많이 사들여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글로벌 증시가 주요국의 통화 긴축 움직임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로 큰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서학개미들은 어떤 종목에 투자했는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내 투자자들은 나스닥과 반도체 지수 상승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비롯해 매수 상위권에 이름이 자주 올랐던 테슬라와 엔비디아 등을 적극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달 26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PROSHARES ULTRAPRO QQQ ETF’(티거명, TQQQ)였다. 이 ETF는 미국 나스닥 지수 상승에 수익률이 세 배 연동되도록 설계된 ETF로 국내 투자자들은 이 ETF를 4억8604만달러어치(약 5800억원) 순매수했다.
이는 미국 나스닥 지수가 하락하자 저가 매수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나스닥 지수는 올해 첫 거래일인 지난 1월 3일(이하 현지 시간) 15732.5에 시작해 같은 달 26일 13542.12까지 13.9% 하락했다. 지난달 3일 종가가 올해 최고치이고 같은 달 26일 종가가 최저치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중 대부분은 손실 구간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투자자들은 미국 반도체 지수 ETF도 적극 순매수했다. 국내 투자자들은 같은 기간 ‘DIREXION DAILY SEMICONDUCTORS BULL 3X SHS ETF’(SOXL)를 2억7419만달러(약 3300억원)어치 순매수했는데 이는 상위 두 번째 규모다. 이 ETF 역시 레버리지 상품으로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 상승을 3배로 추종한다. 나스닥에 이어 반도체 지수를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서학개미의 단골 투자처인 테슬라도 순매수 상위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투자자들은 올 들어 테슬라를 2억5901만달러(약 3118억원)를 순매수했다. 테슬라 주가 역시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3일 1199.78달러를 기록한 이후 지난달 26일 937.47달러까지 내렸다.
미국 반도체회사인 엔비디아도 매수세가 거셌다. 국내 투자자들은 엔비디아 주식을 2억4497만달러(약 294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엔비디아도 올 들어 주가가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는 종목이다. 엔비디아는 최근 영국 반도체 회사 ARM 인수 포기설이 돌면서 주가가 힘을 받지 못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 5위 종목은 마이크로소프트였다. 서학개미들은 마이크로소프트를 1억9756만달러(약 2378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지난달 3일 334.75달러였던 마이크로소프트 주가는 지난달 26일 기준 296.71달러까지 내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해 4분기 매출과 순이익이 각각 20%, 21% 증가한 실적을 냈다.
국내 투자자들이 레버리지 ETF와 IT 대형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투자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긴축 움직임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미국 증시가 전체적으로 부진했다”며 “반등의 여지는 있으나 변동성이 큰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겠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