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시간 선택제 시행 일주일···운영 시스템 부재에 ‘혼란’

직접 신청해보니···게임사마다 제각각 게임문화재단, 현재 11곳만 아웃링크 제공 상반기에 신청 대행 시스템 구축 목표

2022-01-07     이하은 기자
라이엇게임즈, 넥슨, 스토브, 다음게임 게임시간선택제 페이지(왼쪽부터 시계방향)/ 사진= 각사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되고 선택적 셧다운제(게임시간 선택제)가 시행된 지 일주일을 맞이했지만, 현장은 여전히 혼란이다. 게임시간 선택 운영 시스템이 구축되지도 않은 채 새로운 제도가 시행됐기 때문이다. 운영을 전담하는 게임문화재단은 이르면 상반기에 ‘원스톱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어서 한동안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게임시간 선택제 시스템 부재···직접 방문 ‘불편’

7일 게임시간 선택제가 도입된 지 일주일 됐지만, 이를 신청할 통합 시스템이 부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용자가 게임 이용시간을 설정하기 위해서 개별 사이트를 방문해야 한다. 

PC 게임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라이엇게임즈, 스마일게이트, 넥슨, 크래프톤 홈페이지 이용시간 설정 방법은 비슷하다. 법정대리인이 본인인증을 하고, 자녀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계정정보를 등록하면 된다. 이후 자녀의 확인을 거친 뒤 이용 시간을 설정할 수 있다. 

문제는 해당 페이지를 찾는 게 쉽지 않단 점이다. 포털에 게임명을 검색하면 게임전용 홈페이지, 게임사 홈페이지, 커뮤니티, 공식카페 등 사이트가 뜬다. 게임시간 선택제를 신청하는 페이지에 대한 안내는 없다. 선택제를 이용하기 위해 게임사 홈페이지를 찾아야 한다. 

라이엇게임즈 홈페이지를 방문했지만, 게임 이용시간 페이지를 찾기 힘들었다. 결국 고객센터 메뉴에서 계정 정보 및 보안, 게임시간 선택제 FAQ 등 몇 차례 이동 끝에 학부모 전용 고객센터 홈페이지에 도달할 수 있다. 라이엇게임즈는 별도 홈페이지를 통해 게임이용시간을 설정할 수 있도록 했는데, 해당 홈페이지 존재를 모른다면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 

스마일게이트는 자체 커뮤니티 플랫폼인 ‘스토브’에 게임시간을 설정하도록 했다. 홈페이지 하단에 ‘게임시간선택제’를 클릭하면 관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넥슨 역시 홈페이지 하단에 ‘게임시간선택제’ 메뉴를 뒀다. 

크래프톤의 경우 ‘배틀그라운드’의 이용 시간을 제한하기 위해 해당 홈페이지를 방문했지만, 신청 페이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카카오 배틀그라운드’ 홈페이지에 접속해 ‘보안센터’ 메뉴를 클릭한 후 왼쪽 하단에서 ‘게임시간 선택제’를 찾을 수 있다. 

게임문화재단은 현재 원스톱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게임문화재단 홈페이지

◇ 이르면 상반기 원스톱 서비스 제공···대행 방식될 듯

지난해 8월 문화체육관광부는 개별 신청에서 게임문화재단이 일괄 신행대행 및 민원처리를 전담토록 해 게임시간 선택제의 운영을 내실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표 이후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도 해당 시스템을 찾아볼 수 없었다. 

게임문화재단은 게임시간 선택제와 관련해 “원스톱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재단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임시로 각 게임사의 게임시간선택제 신청 페이지를 안내하고 있다. 현재까지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11개의 게임사가 등록됐으며, 아웃링크 방식으로 접속할 수 있다.

게임문화재단에 따르면 이르면 올해 상반기에서 늦어도 하반기 초에 원스톱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용역을 발주해 재정보고서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현재 원스톱 서비스는 두 가지 모델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재단이 게임시간 조절 신청을 대행하는 방식이다. 이용자가 재단을 통해 게임시간조절을 신청하면 재단이 해당 게임사에게 요청하는 모델이다. 주소 이전시 우체국에 우편물 변경서비스를 신청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이다. 

다만, 신청 대행 방식은 게임사에 내용을 전달하고 반영되는 데 시간이 소요된단 단점이 있다. 이용자나 게임사 입장에서 직접 게임사 홈페이지에서 신청을 주고받는 게 편리하다.

재단 홈페이지에서 게임이용시간을 조절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법도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 더욱더 편하고 발전된 형태다. 다만, 재단이 구축한 시스템에 되도록 많은 게임사를 참여시키는 게 관건이다. 이에 따라 예산도 더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재단 시스템에 동참하는 게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해외 게임사 등을 확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재단 관계자는 “게임시간 선택제를 시행하는 첫해는 시간 및 예산으로 대행 방식을 채택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며 “시스템을 점점 고도화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해당 시스템이 구축되는데 반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여 현장의 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여전히 선택적 셧다운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게임사 입장에선 강제든 선택이든 시간제한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됐지만, 여전히 청소년들은 마인크래프트 자바버전을 이용할 수 없다. /사진=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지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의 계기가 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마인크래프트’ 역시 여전히 청소년 이용 불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MS는 “마인크래프트의 자바 에디션을 즐기기 위해선 만 19세 이상이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황성기 한양대 교수는 “선택적 셧다운제 운영 문제가 남기 때문에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됐다고 끝이 아니다”면서 “시장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고 작동할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