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금융 결산②] 카드·보험업계 호실적 거뒀지만···가격인하 압박에 ‘울상’
카드업계 호실적, 카드수수료 인하 빌미 작용 내년부터 카드론도 DSR 규제 적용···수익 악화 불가피 보험사, 전반적 호실적 거뒀지만 코로나19 반짝 효과 영향 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올 한해 카드사들과 보험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외형적으로 개선된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비용절감 노력을 통한 ‘불황형 흑자’ 성격이 커 실적 성장에 마냥 기뻐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한 두 업권 모두 호실적이 가격인하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수익성 고민이 더 깊어지고 있다. 카드사의 경우 내년 카드수수료 추가 인하가 결정됐고 손해보험사들은 자동차보험료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 카드업계 호실적, 수수료 인하 ‘부메랑’으로···대출 규제까지 ‘설상가상’
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8개 전업계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카드)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2조2219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836억원) 대비 32% 증가했다. 뒤이어 하나카드(73.9%), 우리카드(62.6%), KB국민카드(46.5%), 삼성카드(20.2%), 신한카드(14.6%) 등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나타내면서 전반적으로 실적이 개선됐다.
오는 4분기 성적표도 전년 대비 개선됐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카드사들은 호실적 행진에도 불구하고 마냥 웃지 못하는 모습이다. 실적 개선이 3년마다 돌아오는 카드 가맹점 수수료 재산정에서 추가 인하의 빌미가 된 까닭이다.
지난 23일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가맹점 카드수수료율을 매출 구간에 따라 최대 0.3%포인트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연 매출 구간별로 살펴보면 ▲3억원 이하 영세가맹점 0.8%에서 0.5% ▲3억에서 5억원은 1.3%에서 1.1% ▲5억에서 10억원은 1.4%에서 1.25% ▲10억에서 30억원은 1.6%에서 1.5% 수준으로 수수료가 인하된다. 이는 지난 2007년 이후 14번째 인하다.
카드업계에서는 불만을 쏟아냈다. 이미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 상태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카드수수료가 또다시 인하되면서 수익성 악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카드사노동조합협의회(카노협) 관계자는 “카드사들의 신용판매 결제부문이 이미 적자상태이고 우대수수료율을 적용받는 96%의 가맹점에서 매출이 발생할수록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라며 “부가가치 세액공제 제도를 감안하면 약 92%의 가맹점이 오히려 세금을 환급받거나 카드수수료의 실질적 부담효과가 0%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신금융협회가 2019년부터 2020년까지 2년 동안 카드업계의 가맹점수수료 부문 영업이익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317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번 카드수수료 인하 결과로 누적되는 카드수수료의 손실규모는 더욱더 커질 것이다”라고 말했다.
본업인 신용판매 부문에서 수익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카드사들은 올해 카드론 취급을 확대하며 신용판매 부문에서의 손실을 상쇄 시켜왔다. 올해 3분기 기준 8개 전업계 카드사의 카드론 자산은 34조8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0조6914억원에서 11.1% 증가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 강화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카드론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 포함시키면서 대출 수익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카드론 관련 대출이자가 전체 카드사 이익의 60~70%를 차지하는 핵심 수익원인 만큼 DSR 규제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추가 인하에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DSR 규제까지 본격화되면서 카드사들의 주요 수익원인 신용판매와 카드론 사업 모두에서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 보험업계, 호실적 거뒀지만 보험료 인하 압박에 ‘한숨’
보험사들 역시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보험사들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37.3% 증가한 7조6305억원으로 집계됐다.
업권별로 보면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이 3조6915억원으로 전년 대비 17.8% 늘었으며, 손해보험사 역시 전년 대비 62.6% 성장한 3조939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4분기 실적을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3분기까지의 호실적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데 따른 ‘반짝 효과’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손보사의 경우 3분기까지의 호실적 배경에 자동차보험 손해율 감소가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8월 기준 국내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0.6%로 전월(86.6%) 대비 6%포인트 감소하면서 적정손해율 구간인 78~80%에 근접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2년 가까이 장기화됨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한 피로도가 높아졌고 백신 접종률도 점차 늘어나면서 외부활동이 증가하자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다시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월 기준 국내 손해보험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91.1%로 3분기 말(84.5%) 대비 6.6%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손보업계는 연말 계절적 요인으로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아 자동차보험 인하는 어렵다는 입장을 금융당국에 피력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실적과 상반기까지의 손해율 개선으로 자동차보험의 흑자 달성이 예상되는 상황 등을 토대로 인하 요인을 찾아보고 있는 상태다.
실손보험은 지난 9월 말 기준 손해율이 131.1%를 기록하면서 내년도 인상률이 평균 14.2% 수준으로 결정됐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적자가 많이 나는 1·2세대의 경우 25%가량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했던 만큼 이번에 결정된 인상률로는 실손보험 부문의 적자를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