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24의 힘겨운 몸집 키우기
이마트24, 내년 1월 중순 미니스톱 인수할지 지켜봐야 관건은 자금조달···대형 M&A 잇따른 신세계, 지원 나설지 관심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이기는 한 해’를 목표로 삼았던 신세계그룹이 올해 마지막으로 이마트24에 승부수를 던졌다. 후발주자인 이마트24를 키우기 위해 미니스톱 인수에 도전한 것이다. 이마트24는 외형확장을 위해 미니스톱 매각 인수전에 참여하면서 자체 배달 시스템도 부활시켰다. 현금 조달이 어려운 이마트24에게 신세계가 지원사격에 나설지가 관건이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올 초 한국미니스톱의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삼일PwC가 주관한 이번 예비입찰에는 이마트24와 다수의 사모펀드(PE)가 참여했고, 편의점 업계에서는 이마트24가 유일하다.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선택한 이유는 점포수 확장에 있다. 업계 후발주자로서 이마트24는 3위인 세븐일레븐(1만500개)의 절반정도인 5200개 점포를 보유하고 있다. 이마트24는 2017년 위드미 인수 이후 공식 출범한 만큼, 30여년의 업력이 있는 GS25, CU 대비 점유율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관건은 이마트24의 미니스톱 인수 결과다. 업계에서는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인수하더라도 점포수 측면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다고 평가한다. 편의점 업계는 규모의 경제가 무엇보다 중요해 이마트24 입장에서는 미니스톱 인수가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이미 국내 주요 지역 상권마다 경쟁사들이 자리 잡고 있고, 편의점 출점 제한 자율규약으로 신규 점포를 늘리기가 쉽지 않아서다.
단순 계산으로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의 점포수를 모두 품게되면 3위인 세븐일레븐과 점포수 격차를 크게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편의점 가맹법상 본사와 계약이 끝난 후 연장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조건이 더 유리한 브랜드로 간판을 바꿔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에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의 모든 가맹점을 품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자금조달도 문제로 꼽힌다. 미니스톱의 매각가는 20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미니스톱의 매각가는 2018년 첫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당시보다 절반가량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이마트24에게는 버거운 수준이다. 무엇보다 이마트24의 유동자산은 약 1463억원, 현금성자산은 34억원에 불과하다. 현재 추정되는 미니스톱 인수가액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이마트24의 모회사인 신세계, 이마트가 지원에 나설지도 의문이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초부터 야구단 SSG랜더스, 패션 플랫폼 W컨셉, 이베이코리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지분까지 굵직한 M&A를 성사시켰고, 이를 위해 성수동 본사까지 처분한 상태다.
아울러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24는 이미 올해 총 4차례의 사모채를 발행해 총 550억원에 자금을 조달한 상태다. 1월 100억원, 3월 150억원, 7월 200억원, 10월 100억원이다. 이마트24는2018년 처음 300억원 규모의 사모채를 발행한 것을 시작으로, 2019년 450억원, 지난해 900억원의 자금을 사모채 시장에서 조달했다. 차입 규모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면서 이마트24의 부채부담도 늘고 있다. 이마트24의 부채비율은 2018년 200.3%에서 지난해 869.9%로 늘어난 상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이마트24가 미니스톱을 최종적으로 인수할지, 어떻게 자금 조달할지가 관심”이라며 “모회사의 도움 없이는 외형확장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마트24는 최근 조용히 자체 배달 서비스를 꺼내들었다. 앞서 이마트24는 지난 6월 자체 배달 서비스를 출시했다가 약 1달여 만에 종료한 바 있다.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새 단장 중”이라며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차별화가 있어야겠다는 내부적인 의견이 있어서 리뉴얼을 결정하게 됐다”는 것이 당시 이마트24의 입장이었다.
기자가 직접 리뉴얼한 이마트24의 배달 서비스를 이용해봤다. 서비스 초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마트24의 배달 서비스는 각종 오류가 많았다. 최소주문금액도 배달의민족 B마트는 1만원, 요기요 요마트는 5000원, 쿠팡이츠마트는 없지만 이마트24는 1만원이었다. 여기에 이마트24는 추가로 배달비 2400원도 붙어 사실상 기본 주문 금액은 1만2400원에 달했다. 주문 시간도 B마트·요마트·쿠팡이츠마트 등이 30여분 안팎인 반면, 이마트24는 1시간 이상이 소요됐다.
이마트24 관계자는 “기존 대비 UI/UX(사용자 인터페이스, 사용자 경험)를 전면 개편해 이용자 편의성을 높였다”며 미니스톱 인수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인수 이후에도 원하는 효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미니스톱 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있어 업계 강자끼리의 결합이 아니면 산업 판도를 바꾸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마트24가 미니스톱 인수 후 가맹점주들을 설득해 경쟁사와 차별점을 만들어내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