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S22’ 가격 고민하는 삼성전자···출고가 인상 딜레마

“동결 선택해 가격 경쟁력 유지” vs “부품가격 상승에 완제품 인상 가능성”

2021-12-24     이호길 기자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갤럭시S22’ 출시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가격에 대한 삼성전자 고민이 깊다.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부품값이 뛰고 있어 원가 상승분이 가격에 반영돼야 하지만, 완제품 가격을 올릴 경우 판매량이 감소할 수 있단 우려가 나오기 때문이다. 

미국 IT전문매체 테크레이더는 23일(현지시간) 갤럭시S22가 전작인 갤럭시S21와 비슷한 가격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갤럭시S21 기본형은 799달러(약 95만원)에서 시작했다.

또다른 IT매체 톰스가이드도 소식통을 인용해 갤럭시S22 기본형 가격은 799달러를 유지할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가격을 인상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매체는 삼성전자가 갤럭시S22를 최대 1400만대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800달러 이하 가격을 책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외신은 갤럭시S22 가격이 전작 대비 높게 책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디스플레이 구동칩(DDI), 전력관리반도체(PMIC) 등의 가격이 대폭 올랐기 때문이다. 

미국 IT전문매체 폰아레나는 3가지 모델 중 기본형은 849달러(약 100만원), 플러스는 1049달러(약 124만원), 울트라는 1299달러(약 154만원)로 전망했다. 기본형과 플러스는 전작보다 50달러, 울트라는 100달러 오른 가격이다.

그러나 소비자 선택을 받기 어려워진다는 점에서 가격을 쉽게 올리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시장 경쟁구도가 격화되고 있어서 삼성전자 입장에선 가격 인상을 선뜻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갤럭시S21 시리즈 3종. / 사진=삼성전자.

2007년 아이폰 첫 출시 이후 매년 출고가를 인상한 애플도 지난 9월 공개한 ‘아이폰13’ 가격을 전작 수준으로 동결했다. 삼성전자 폴더블폰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는 등 프리미엄폰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점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이다. 애플은 내년에 출시하는 ‘아이폰14’ 가격도 올리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고 있는 점도 출고가 인상이 부담스러운 요소로 꼽힌다. 스마트폰을 한번 구입하면 교체하는 시기가 길어지고 있어서 제조업체가 가격을 쉽게 올리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국내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교체 주기는 2012년 24개월에서 2016년 26개월, 2018년 27개월, 지난해 28개월로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후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나 빈도는 증가하고 있지만, 교체 주기에는 별 변화가 없다”며 “스마트폰 혁신 속도가 빠르지 않아 소비자 교체 욕구를 자극하지 못하고 있는 데다 평균판매가격(ASP)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도 하나의 원인일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로 전작보다 가격이 20만원가량 인상된 ‘갤럭시S20’은 판매 부진을 겪은 바 있다. 지난해 2월에 출시된 갤럭시S20 기본형 가격은 124만8500원으로 2019년에 나온 ‘갤럭시S10’(105만6000원)보다 19만2500원 비쌌다. 이 모델은 역대 갤럭시S 시리즈 중 최초로 출시 첫해 판매량이 3000만대에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초부터 유행한 코로나19가 판매량 저조로 연결됐다는 평가가 함께 출고가 인상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부품 공급난으로 인한 가격 상승은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출고가 인상 압력에 대한 제조업체들의 고심은 길어질 전망이다. 이윤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가격 인상은 프리미엄과 보급형 등 어떤 스마트폰 모델인지에 따라 다르고 업체별 상황에도 차이가 있어서 제조사들이 여러 가지 고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