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간 거래량 ‘0’···외형 성장에 가려진 좀비 ETN

시장 확대 추세지만 271개 종목 중 9개 종목 거래 없어 양매도 관련 상품 다수···최근 출시 ETN도 외면

2021-12-23     송준영 기자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ETN(상장지수증권)이 시장이 올 들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여전히 낮은 거래량을 보이고 있는 ETN들이 다수 있어 주목된다. 일부 ETN의 경우 최근 한 달 동안 거래량이 전혀 없기도 했는데, 과거 ETN 시장의 인기 키워드였던 양매도 ETN에서부터 올해 하반기 신규 출시된 ETN까지 종류와 성격이 다양했다. 이에 일각에선 시장 규모 확대와 함께 쏠림 현상도 해소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 시장 성장 가파르다는데···‘개점 휴업’ ETN 다수

23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ETN 시장이 올 들어 급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말 190개 종목에 지표가치총액이 7조6268억원이었던 ETN 시장은 지난 22일 기준 종목 수가 271개로 늘어났고 지표가치총액은 8조6058억원으로 1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마이너스 유가 사태라는 악재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성장세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종목별 온도차가 크게 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시장 확대 속에 다양한 상품들이 투자자들의 선택지가 되고 있지만 종목별 거래량 편차가 큰 모습을 보인 것이다. 실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나 천연가스 선물 관련 ETN은 최근 한 달 간 거래량이 1억7000주가 넘는 종목이 있었지만 반대로 단 한 주도 거래되지 않은 ETN도 9종목이나 있었다. 

자료=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 / 표=정승아 디자이너.

이를 살펴보면 주로 옵션 전략을 이용하는 ETN들의 인기가 시들했다. 특히 과거 ETN 시장의 뜨거운 키워드였던 양매도 ETN 관련 상품이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양매도 ETN은 매달 옵션 만기일에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하는 상품으로 지수가 일정 범위 안에서 움직일 때 수익이 발생한다. 양매도 ETN은 2018년 코스피가 박스권에 갇히자 큰 인기를 끈 바 있다. 

개별 종목으로는 한국투자증권의 ‘TRUE 유로스탁스50 양매도 5% OTM ETN(H)’과 ‘TRUE 유로스탁스50 양매도 5% OTM ETN(H)’이 지난 22일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거래량이 전무했다. 이 ETN은 경우 유로스탁스50 지수와 S&P500 지수가 한 달 동안 일정 범위(5%·4%) 이내로 움직일 때 수익이 발생하는 구조다. 지난해 출시한 이 ETN은 국내 첫 해외 양매도 ETN이라는 점에서 시장 관심을 받았었다.

하나금융투자의 ‘하나 코스피 변동성추세 추종 양매도 ETN’도 최근 한 달 간 거래량이 없었다. 하나 코스피 변동성추세 추종 양매도 ETN은 코스피200 지수의 변동성 증감에 따라 비대칭적 행사가격의 콜옵션과 풋옵션을 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상품이다. 이 ETN은 지표가치총액만 1985억원 수준으로 271개 ETN 중 상위 여섯 번째에 위치하는 ETN이기도 하다. 
   
◇ 신상 ETN도 거래량 ‘0’···“차별화된 상품과 성과 필요”

올해 하반기 신규 상장된 ETN 중에서도 거래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않은 종목들이 대거 나왔다. 지난 9월 상장된 메리츠증권의 ‘메리츠 인버스 은 선물 ETN(H)’은 업계 최저 제비용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에게 선보였지만 최근 한 달 동안에는 거래량이 발생하지 않았다. 이 ETN은 최근 한 달 동안 10%가 넘는 성과를 보였지만 시장 관심을 끌지 못한 것이다.

지난 11월 상장된 메리츠증권의 ‘메리츠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과 NH투자증권의 ‘QV 인버스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 역시 최근 한 달 동안 거래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없는 상황이다. 이들 ETN은 각각 구리 선물 일간 수익률의 두 배, 마이너스(-) 두 배를 추종하는 상품이다. 같은 날 상장된 삼성증권의 ‘삼성 인버스 2X 구리 선물 ETN(H)’이 한 달 동안 8만7000주 거래된 것과 대조적이다. 

이밖에 지난 10월 출시된 NH투자증권의 ‘QV S&P500 버퍼10% 9월 ETN’도 한 달 간 거래량이 ‘0’이었다. 이 ETN은 버퍼전략지수(Cboe S&P500 10% Buffered Zero Sep Index Series)를 추종하는 국내 최초 ETN으로 S&P500 지수 수익을 9.02% 제한하는 대신 1년 간 지수 하락을 10% 보호하는 상품이다. 증시 불확실성에 안정적인 성과를 찾는 수요에 대응해 나왔지만 아직까진 기대에 미치지 못한 모습이다.

시장 확대에도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종목들이 다수 나오면서 일각에선 질적인 성장도 동반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ETN 시장이 보다 질 좋은 시장이 되기 위해선 특정 섹터뿐만 아니라 다양한 아이디어의 ETN들도 활발하게 거래될 필요가 있다”며 “차별화된 상품을 출시하는데 노력할 필요가 있고 이에 따른 성과가 뒷받침한다면 투자자들의 수요를 자극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