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히 연임한 KB證·신한금투 수장들···내년 진정한 시험대 오른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 대표,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 연임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견인 공로 인정 해석···업황 부진 전망 속 진검승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가 치열한 리딩 금융그룹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두 그룹 모두 비은행 계열의 핵심인 증권 부문의 수장을 연임시켜 주목된다. 사모펀드 사태로 촉발된 위기를 안정적으로 넘긴 데다 두 증권사 모두 견조한 실적 성장세를 기록하면서 변화 보다는 안정을 선택한 것으로 해석된다.
두 증권사 수장 입장에선 어깨가 더욱 무거워지게 됐다. 내년 증권업을 둘러싼 환경이 올해 만큼 좋지 못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까닭이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각자 대표는 실적 상승세를 그대로 이어나갈 지 여부에, 이영창 신한금융투자 대표는 ‘라임 사태’의 구원투수를 넘어 선발투수로서 KB증권과의 격차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지에 관심이 모인다.
◇ 호실적 통했다···연임에 성공한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대표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전날 각각 계열사 대표이사 인사를 단행하면서 계열 증권사인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의 대표이사 연임을 결정했다. KB금융의 경우 계열사 7곳 중에서 3곳의 대표이사가 교체됐고 신함금융은 10명 중에서 6명을 바꿨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의 연임은 주목할 만한 결과다.
각 증권사의 대표를 연임시킨 것은 올해 호실적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해석된다. KB증권의 경우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당기순이익은 54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8.6% 늘었다. 이는 KB증권 사상 최대 실적이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44억원) 두 배 수준인 3675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썼다.
호실적 영향에 그룹 내 실적 기여도도 높아졌다. 올해 3분기 누적 실적 기준 KB금융그룹 내 KB증권의 순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14.5%였는데 지난해 3분기 11.77%에서 증가한 것이다. 신한금융투자의 그룹 내 순이익 기여도도 지난해 3분기 기준 6.12%에서 올해 10.3%로 증가했다.
재임 기간 동안 사모펀드 사태 수습에 나섰다는 점도 연임의 배경으로 꼽힌다. KB증권은 라임 사모펀드 사태 발생 이후 리스크심사부를 리스크심사본부로 격상했고 IB(투자은행)과 대체투자 관련 전문 심사부서를 새로 꾸렸다. 라임사모펀드 관련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결정한 60~70% 비율의 배상안을 업계 최초로 받아들이면서 피해자 구제에도 나섰다.
신한금융투자 역시 사태 재발 방지 움직임에 힘을 줬다. 투자 상품 제조 단계 부터 검증을 강화하고 증권사 업무 전반의 리스크를 전담해 분석하는 조직을 신설했다. 또 상품출시 의결기구와 협의체에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와 금융소비자보호센터 책임자를 뒀다. 라임펀드로 발생한 고객 손실 관련해서는 최대 70%의 자발적 손실 보상안을 내기도 했다.
◇ 업황 올해와 같지 않아···내년 경영 행보 주목
두 증권사의 수장이 연임에 성공하면서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리딩 금융그룹 경쟁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의 실적 기여도의 중요성이 높아졌는데, 내년 증권업황에 대한 우려가 큰 까닭이다. 실제 내년 주요국들의 금리인상, 증시 거래대금 감소 가능성 등에 따라 올해 대비 시장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KB증권 입장에서는 자산관리(WM)와 IB 부문의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박 대표가 이끄는 WM부문은 개인 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에 힘입어 올 들어 크게 성장한 상태지만 반대로 내년에는 실적 부담이 큰 부문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이에 국내외 브로커리지 점유율을 확대 시키는 것에서부터 신규 사업인 마이데이터 사업을 통한 WM 성장 경로를 열어놓는 것 등이 숙제로 분류된다.
김성현 대표가 맡은 IB부문은 내년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증권사의 실적 무게 추가 브로커리지에서 다시금 IB로 옮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절대 강자로 평가되는 DCM(채권발행시장)의 1위 수성과 함께 약점으로 꼽혔었던 ECM(주식발행시장)의 상승세 지속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변방에서 중심으로 서고 있는 IPO(기업공개)에서의 입지 다지기 여부가 주목된다.
신한금융투자의 이 대표 역시 내년이 더욱 중요한 해가 됐다. 올해 실적이 증가하긴 했지만 경쟁사 대비로는 절대적인 수익 규모가 크지 않다. 당장 경쟁사인 KB증권과 비교하면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순이익 차이가 1800억원 가량 나고 있다. 올해 3분기 중 인식한 불완전 판매 상품 관련 829억원 영업외 손실을 감안해도 KB증권이 앞선다. 신한금융투자는 2018년만 하더라도 KB증권 보다 순이익이 높았다.
여기에 아직 남아있는 사모펀드 보상 관련 이슈도 이 대표의 과제로 분류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채권형 펀드인 젠투펀드를 4200억원어치를 팔았는데 지난해 7월부터 환매가 중단된 상태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9월 투자금 4200억원의 40%인 1680억원을 선지급하는 안건을 의결했지만, 투자자들은 한국투자증권의 전액 보상 사례를 들어 100% 보상을 주장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1위 금융그룹 경쟁에서 비은행 계열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그 중 증권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지고 있다”며 “내년 영업환경이 녹록지 않은 데다 디지털화라는 큰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어 연임된 증권사 대표들의 어깨는 더욱 무거워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