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손보, 신종자본증권 흥행 참패···중소형 보험사 자본확충 '빨간불'

400억 모집에 6.8% 고금리 제시했지만 투자자 확보 실패 중소형 보험사, 올해 자본성 증권 발행에 어려움 겪어 IFRS17 대응도 '대형-중소형' 양극화 심화될까 우려

2021-12-09     유길연 기자
롯데손해보험 서울 본사 전경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최근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에서 흥행 참패를 기록하면서 중·소형 보험사들의 자본확충에 빨간불이 켜졌다. 대형사들은 대규모로 자본성 증권 발행에 성공한 점을 고려하면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에 있어서도 보험사 규모에 따른 ‘양극화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최근 4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기 위해 수요예측을 실시했지만 참여한 기관이 한 곳도 없었다. 최대 6.8%의 금리를 제공하기로 했지만 투자에 응한 곳이 나타나지 않았다. 6.8%는 국내 금융사가 중 최고 수준의 발행 금리다. 다만 신종자본증권 물량은 주간사인 메리츠증권이 총액 인수해 자본확충엔 문제가 없다.

롯데손보의 신종자본증권 흥행 참패로 금융권에선 중·소형보험사들이 자본확충에 더 어려움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 흥행 참패는 그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롯데손보의 경영 상태에 대한 시장의 냉담한 평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높은 금리를 제시하고 금액도 적게 책정했는데도 투자자를 모으지 못했다는 것은 시장 자체가 얼어붙은 결과란 해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금리가 오르고 있지만 보험업 자체에 대한 전망이 여전히 좋지 않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좋지 못한 중소형 보험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심리가 더욱 위축됐단 해석이다.

중·소형보험사들은 올해 자본성 증권 발행에 애를 먹었다. DGB생명, 푸본현대생명, 흥국화재가 올해 신종자본증권과 함께 자본으로 인정받는 후순위채권을 발행했지만 모두 1000억원을 넘기지 못했다. 투자자 입장에선 후순위채는 신종자본증권보다 부담이 낮다. 그러나 소형사들은 후수위채도 투자자들을 모으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반면 대형사들은 올해도 시장의 상황에 크게 영향 받지 않고 자본성 증권 발행을 통해 대규모 자본확충에 성공했다. 올해 9월 교보생명은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4%대 금리로 발행했다. 후순위채의 경우 KB손해보험이 3790억원으로 가장 많이 발행했고 현대해상, 미래에셋생명이 각각 3500억원, 3000억원 규모로 조달했다. 

자료=각 사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보험사들은 오는 2023년 도입되는 IFRS17에 대비하기 위해 자본확충에 나서야한다. 현행 기준 아래서 보험부채는 원가로 측정되는데, IFRS17이 도입되면 시가로 평가된다. 그 결과 보험부채가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부채가 늘면 자본이 줄게 되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으로 자본건전성이 크게 악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소형보험사들은 자본확충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더구나 최근 금리가 상승하고 있는 점은 더욱 부담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두 차례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한데 이어 내년에도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자본성 증권 발행 금리가 오르면 그만큼 이자비용 규모가 커진다. 

그나마 금융지주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는 소형 보험사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모기업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으면 되기 때문이다. 최근 금융지주는 최대 계열사인 은행의 순익이 크게 늘면서 호실적을 달리고 있어 자금사정이 풍부하다. 더구나 모기업에 100% 편입된 보험사는 주가하락 걱정 없이 유상증자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하지만 롯데손보와 같이 ‘기댈 곳 없는’ 보험사는 자본확충에 있어 더욱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는 보통 수요가 줄어드는 연말에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시도했기 때문에 더욱 투자자들을 모으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중소형사들이 상대적으로 자본확충에 어려움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