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토요판] 배달앱 ‘단건배달’ 둘러싼 딜레마
배달의민족, 단건배달 계약 위반 라이더 계약해지 조치 밝혀 배달앱 경쟁력은 곧 라이더 수···소수 악성 라이더만 해지될 듯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코로나19로 특수를 누렸던 배달 라이더가 위드 코로나와 함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라이더들은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앱을 동시에 이용하며 일명 ‘합배송’을 해왔지만, 배달의민족이 단건배달을 위한 라이더 제재에 나섰기 때문이다.
27일 배달의민족은 최근 단건배달을 위반한 라이더들에게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지난달 말부터 여러 차례 이어온 경고성 조치의 연장선이다.
배달의민족은 지난달 전체 라이더를 대상으로 “고객 리뷰나 제보를 통해 반복적인 단건배달 위반 정황이 확인될 경우, 배송대행 계약 제5조 제1항 단서에 따라 라이더·커넥터님과의 배송대행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수 있다”고 공지했다. 배송대행 계약 제5조 제1항은 ‘당사의 단건배달 건을 수행하는 도중에 타사의 배달 건을 동시 수행하는 행위’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배달원에 대한 불만 글이 꾸준히 올라왔었다. 단건배달이지만 일부 라이더가 다른 곳에 들렀다가 온다는 내용이 주 골자다.
단건배달은 주문 1개를 받아 배달원이 한 집만 배송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하지만 배달원이 배민1(단건배달)뿐 아니라 다른 단건배달 서비스인 쿠팡이츠를 동시에 진행하면 고객 입장에서는 단건배달 서비스를 받지 모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다만 라이더 사이에서는 하나의 휴대폰에 2개 배달앱을 동시에 켜놓고 단건배달 주문을 한 번에 받는 꼼수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배달기사 커뮤니티에서는 “휴대폰 3~4대 꽂아놓고 배달하는 사람도 많다”, “배민은 자전거로, 쿠팡은 도보로 설정하는 경우도 있다” 등의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소비자는 “집에서 10분 거리에 있는 식당의 피자를 주문했는데 라이더 동선을 보니 이곳저곳 들리는 듯 한 느낌이었고, 이동하다 한 곳에 정착했다가 또 움직이는 라이더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배민1에서 배달을 시켰는데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주문한 음식을 받지 못했다”며 “고객센터에 컴플레인을 한적도 있다”고 말했다.
잇따른 소비자 불만에 배달의민족은 결국 칼을 빼들었다. 기존에도 약관 위반 시 계약을 해지해왔지만 단건 배달 위반 사례가 급증하자 문제 상황을 특정해 지정한 것이다.
라이더들 사이에서도 반응은 엇갈린다. 그간 정당하게 한집 배달을 해온 라이더들은 이번 제재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라이더는 단건배달은 시간당 처리할 수 있는 주문건수가 감소해 수입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커뮤니티에서 한 라이더는 “배민이 배민1 배달시 배쿠(배달의민족+쿠팡이츠) 묶음배송하면 퇴출이라고 하는데 아직 업무가 정지됐다거나 계약해지를 받은 라이더 사례는 없는 것 같다”며 “꼼수로 묶음배송을 하는 라이더들은 다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라이더는 “단건배달은 안전하게 한건씩만 배달하고 있다”며 “단건배달을 하던 중 오토바이로 두건을 동시에 하는 라이더를 발견해 신고했고, 사실 확인 후 계약해지를 시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정당하게 단건배달을 하는 라이더를 위해 계약 위반 사례를 본 경우 즉시 신고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배달앱 측이 현실적으로 위반한 모든 라이더들을 해지시키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연말시즌은 배달 성수기고,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라이더는 곧 경쟁력이기 때문에 라이더수가 부족하면 배달앱 측이 입을 타격이 크기 때문이다.
또 현재 단건배달 위반 여부는 GPS 추적보다는 제보 및 신고를 기반으로 파악하고 있다. GPS상으로 동시 수행 여부를 증명하기가 어려워 가맹점주, 소비자가 이를 목격해 신고하지 않는 이상 적발조차 쉽지 않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배달 주문 건수는 연말을 맞아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고, 이에 따른 라이더수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라이더수는 곧 배달앱의 경쟁력이기 때문에 악성 라이더만 일부 해지되고 다수는 경고 수준으로 끝날 것 같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