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자본건전성 기준강화 검토···카드사 영향은

조정자기자본비율 '최저 수준'···카드론 급증 영향 기준 바뀌면 추가 하락 가능성···자본확충도 부담

2021-11-19     유길연 기자
현대카드 서울 여의도 본사 전경 / 사진=현대카드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규제를 위해 자본건전성 기준을 강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현대카드는 비상등이 켜졌다. 장기카드대출(카드론) 등 대출자산을 크게 늘린 카드사의 자본건전성 지표가 더 하락하게 되는 방식으로 기준을 고칠 것이란 예상이다. 

현대카드는 이미 카드론을 업계에서 가장 많이 늘린 결과 자본건전성이 악화된 상황이다. 기준 강화로 건전성 지표가 추가로 낮아지면 경영에 부담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카드의 올해 9월 말 기준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작년 말 대비 1.06%포인트 하락한 16.32%을 기록했다. 전체 카드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대카드의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지난 2019년까지만 해도 18% 중반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후 꾸준히 하락하면서 이제 16%선도 위태로워졌다. 

조정자기자본비율은 자본건전성 지표로, 카드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에 얼마만큼 대비할 수 있는지를 가늠한다. 조정자기자본을 조정총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구한다. 카드사의 경우 이 비율이 8%를 넘겨야 한다.

현대카드는 카드론을 업계에서 가장 빠르게 불린 결과 조정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카드의 올 9월 말 기준 카드론 잔액은 4조9197억원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11% 급증했다. 전체 카드사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증가 액수로 따져도 가장 많이 늘었다. 현대카드는 지난해에도 카드론 증가규모가 가장 컸다. 

카드론 증가로 실적은 눈에 띄게 개선됐다. 현대카드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46% 급증했다. 올해 3분기 실적도 작년 동기 대비 7% 넘게 늘었다. 자본건전성 악화를 감수하고서도 실적 개선을 꾀한 셈이다. 

자료=각 사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문제는 금융당국이 조정자기자본비율 기준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현재 기준은 카드사를 비롯한 여신전문금융사들의 리스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기준 개정을 추진 중이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당국이 가계대출 조절 차원에서 조정총자산을 산출하기 위한 위험가중치를 바꿀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 등 대출자산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기존 100%에서 150~200% 사이로 올리는 방법이다. 당국은 앞서 카드사들의 가계대출 총량관리 강화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카드론을 포함키로 결정한 바 있다. 

현대카드는 카드론 자산을 가장 많이 늘렸기 때문에 지표가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조정자기자본비율이 규제 하한선인 8% 대비 여유가 있는 편이지만, 지표가 다른 카드사들보다 눈에 띄게 내려간다면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이 강화될 수 있다. 

현대카드는 당국의 움직임에 대비해 카드론 자산을 줄이는 방편을 고민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카드론을 줄이면 당장 거둘 수 있는 이익이 감소할 우려가 있다. 카드사의 핵심 수익원인 신용판매수익은 정부가 가맹점 수수료율을 또 다시 인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추가 자본확충을 통해 조정자기자본비율을 높이려고 해도 부담이 되는 건 마찬가지다. 신종자본증권, 후순위채 등을 발행해 추가 자본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발행금리 상승으로 이자비용이 늘어날 수 있는 점은 부담이다. 유상증자를 선택하는 방안도 쉽지 않다. 신주를 새로운 주주에게 발행하든, 기존 주주에게 배정하든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의 경영권에 있어선 부담이기 때문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당국으로부터 카드론 증가에 관해 지적을 받은 만큼 내년 카드론 증가율은 6% 수준으로 엄격하게 관리할 계획”이라며 “대출 총량 관리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자본건전성 개선을 이뤄내는데 더 수월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