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나라는 잘나가는데’···브라질 투자자, 수익률 급락에 ‘한숨’
브라질 펀드 3개월 수익률 -15.17%로 지역별 펀드 중 가장 저조 10년물 국채 금리도 치솟아···헤알화 가치 하락도 겹치며 이중고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각종 지원 정책에 재정 악화 우려도 영향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브라질 펀드와 채권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잠 못 이루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올해 초 전망이 밝았던 것과 대조적으로 브라질 증시가 연중 최저점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 역시 기대감과는 달리 금리 상승에 헤알화 가치 하락까지 겹친 상태다. 스태그플레이션(경제 불황 속 물가상승) 가능성에다 재정 위기 우려가 다시금 커진 것이 이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9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브라질 펀드 9곳의 최근 3개월 평균 수익률은 -15.17%다. 이는 지역별 펀드 중에서 가장 저조한 성과다. 같은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러시아와 인도가 각각 6.43%, 9.75%로 지역별 펀드 중에서 상위권에 드는 성과를 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브라질 펀드는 올해 초만 하더라도 성과 기대감이 컸었다. 브라질 경제는 원유, 철광석, 대두 등 원자재 수출 의존도가 높은데 이들의 가격이 상승 흐름을 보인 까닭이었다. 경제 회복에 증시가 상승하리라는 전망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원유와 천연가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의 경우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 영향에 올 들어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브라질 대표 지수인 보베스파 지수의 경우 올해 상반기만 하더라도 상승 흐름을 보였다. 보베스파 지수는 올해 2월 20일(이하 현지 시간) 112667.70을 기록한 이후 6월 7일 130776.27까지 16% 상승했다. 그러나 이후 지지부지한 주가 흐름을 보이다 하락했고 이달 18일에는 102426.00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브라질 채권 투자 역시 올해 초와 비교하면 상황이 좋지 않다. 헤알화 표시 브라질 10년물 국채 금리는 올해 1월 7일 6.3% 수준이었지만 이달 18일 기준 11.74%로 크게 올랐다. 브라질 국채 5년물도 올해 초 5% 수준에서 11%로 치솟은 상태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역의 관계로 채권 금리 상승했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 브라질 헤알화 가치 하락까지 겹치면서 이중고가 발생한 상태다. 이달 18일 달러·헤알화 환율은 달러당 5.5헤알 수준으로 지난 6월 4.9헤알에서 12.2% 상승(가치 하락)했다. 브라질 투자자는 통상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고 달러로 헤알화를 교환하는데 헤알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환 헤지가 안 된 채권 투자의 성과가 낮아진다. 10%대의 쿠폰 금리를 기대하고 채권 투자에 나섰지만 현재로선 가격 하락에다 환율 상승까지 손해가 더해진 것이다.
브라질 관련 투자 자산이 이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브라질의 경제에 대한 우려 탓으로 분석된다. 최근 곡물이나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브라질 내 물가 불안이 높아졌다. 이와 함께 브라질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낮아지면서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진 것이다. 실제 브라질 물가 상승률은 지난 10월 10.67%에 달했는데 브라질 최대 은행 이타우우니방쿠는 내년 브라질 성장률 전망치를 0.5%에서 -0.5%로 낮춰 잡은 바 있다.
브라질의 재정 이슈가 다시 재점화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 10월 브라질 대선을 앞두고 각종 자금 지원 정책이 연이어 나오면서 재정 불안을 야기한 것이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지난달 저소득층의 생계비 지원 금액을 두 배 이상 올리고 트럭 운전사 75만명에게 매달 400헤알의 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선 이 같은 조치가 부채 문제를 더욱 촉발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브라질은 그동안 공공부문 급여와 연금, 최근엔 코로나19 영향으로 정부 지출이 늘고 부채가 많이 쌓인 상황이었다. 여기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일종의 퍼주기 정책이 나오면서 시장 우려가 커졌다”며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고 환율이 안정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트리거가 될 수 있는 이슈가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