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인사개편-下] 글로벌 기준 맞추는 인사제도, 국내 기업 문화 정착할까
삼성전자 절대평가 확대 등 새로운 인사제도 검토···재계로 확산 전망 MZ세대 직원들 늘어나며 합리적 평가 따른 보상 차이 인정하는 문화 자연스럽게 정착돼 타기업과 즉각 비교 가능해져 이익 냈음에도 인색한 보상할 경우 역풍
[시사저널e=엄민우 기자] 삼성전자가 대대적인 인사제도 손질에 나서면서 변화의 바람이 각 계열사를 넘어 재계 전반으로 번져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는 변화가 핵심인데 MZ(1980~1990년대생)세대가 늘어나고 국내 기업 문화도 많이 바뀌게 된 만큼, 과거와 달리 안착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다양한 안을 놓고 인사제도 개편을 논의 중이다. 구체적 안은 이번 달 말 확정되지만 나이와 무관한 승진, 호봉 연봉 인상 폐지, 절대평가 확대 등이 거론된다. 쉽게 말해 기업 인사문화 자체를 글로벌 기업에 맞게 바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의 변화 시도와 무관하게 인사제도의 글로벌화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그동안 글로벌 기업 문화는 몇 차례 국내 기업 환경에 적용을 시도했으나 사실상 실패했다. 국내 문화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글로벌 기업들은 철저한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하며 연공서열에 대한 인식이 희박하다.
그러나 시대가 달라지면서 이 역시 옛말이 되고 있다. 오히려 산업구조가 변하고 기업들이 세대교체를 이뤄가면서 오히려 글로벌 문화가 더욱 자연스러운 기업문화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는 평가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공정을 중시하는 MZ세대는 능력에 따른 차이에 대한 정서적 반감이 없고 ‘평생직장’이라는 인식도 갖고 있지 않다”며 “과거와 달리 능력주의, 연공서열 파괴 등 문화가 자연스럽게 정착될 것이고, 이미 현재 상황도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기업 환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 “‘어린 임원’ 상징성 집착 및 부각도 부자연스러워···나이 많든 적든 ‘능력이 있느냐 없느냐’만 따져야”
인사제도에 대한 MZ세대의 인식은 과거 노조와도 큰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이다. ‘결과적 평등’보다는 ‘공정한 평가에 의한 차이’를 인정하고, 정년보단 현재 보상에 집중한다. 한 MZ세대 직장인은 “상사가 나보다 어리다는 것이나 평가에 따라 보수 받는 것에 대해 불편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정확히 말하면 남이 얼마 받든 별 관심이 없는 것이고 그저 각자 자기 일을 하고 받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단 이 같은 글로벌 문화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 여전히 몇 가지 선결조건이 있다. 우선 평가가 공정해야 하고 보상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한 재계 인사는 “요즘은 MZ세대 직원들은 과거 노조처럼 ‘무조건 많이 달라’식이 아니라 각종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로 다른 기업 직원들과 서로 비교하고 성과급이나 임금인상 폭이 정당한지 여부를 따져본다”며 “또 그 결과가 불합리하다고 판단하면 의견을 내는데 거침이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이익 대비 성과급 때문에 직원들이 크게 반발해 논란을 겪은 바 있다. 즉, 평가에 따른 차이를 인정하는 만큼 이익을 냈음에도 그에 상응하는 보상이 없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것이다.
직급에 있어 ‘나이 파괴’가 상징적 의미를 넘어 안정적 시스템으로 정착해야 한다는 것도 과제다. 40 초반의 한 미국계 글로벌 기업 임원은 “몇몇 국내 기업은 나이 어린 임원을 하나의 상징처럼 부각하고 집착하는 것 같이 보이기도 하는데 그것도 자연스럽지 않아 보인다”며 “가장 퍼포먼스를 잘 내고 맡은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느냐가 임원 발탁의 핵심이지 나이가 적고 많은 것 자체가 이슈가 되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