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선방했지만”···홀로 남은 외국계 SC제일은행, 생존전략 마련 고심

3분기 당기순이익 전년比 44.5%↑···코로나19 충당금 확대 기저효과 이자이익·수수료이익 모두 전분기 대비 감소···외국계 은행 강점도 점차 희석

2021-11-16     이기욱 기자
자료=SC제일은행/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이기욱 기자] 국내 시장 생존을 위한 SC제일은행의 고심이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SC제일은행은 지난 3분기 전년 대비 대폭 개선된 실적을 거두는데 성공했지만 기준금리 인상 등의 호재에도 이자이익 부문에서 전 분기 대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또한 WM(Wealth Management·자산관리) 강화 전략 등으로 인해 실적이 개선세를 보이고 있던 수수료 이익 부문 역시 올해들어 다소 성장세가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의 글로벌 역량 강화로 인해 외국계 은행으로서의 강점도 점차 줄어들고 있어 국내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지난 3분기동안 총 264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했다. 이는 지난해 동기(1829억원) 대비 44.5% 증가한 수치다. 3분기(7~9월)만 놓고보면 지난해 9억원에서 794억원으로 무려 87배나 증가했다. SC제일은행은 지난해 3분기 코로나19 충당금 전입액 확대의 여파로 실적이 전년 대비 99% 감소한 바 있다.

코로나19 충당금 기저효과로 지난해보다는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업계 전반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이번 SC제일은행의 성적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우선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뚜렷한 호재 속에서도 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이자이익 부문에서 오히려 실적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SC제일은행의 3분기 이자이익은 2467억원으로 지난해 동기(2415억원)에 비해서는 2.15% 증가했지만 전분기(2528억원)과 비교하면 오히려 2.41% 감소했다. KB국민은행(3.9%)과 신한은행(3.4%), 하나은행(3.4%), 우리은행(3.7%) 등 시중은행들은 모두 전분기보다 3%씩 이상 이자이익이 늘어났다. 지난해 동기 대비 증가율도 9~14%로 SC제일은행에 비해 높은 수치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성장세를 이어온 수수료이익 부문도 올해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최근 수년동안 WM부문을 미래 핵심 먹거리로 설정하고 은행의 역량을 집중해왔다. 15일 공시된 분기보고서에서도 “당행은 미래의 중요한 영업기반인 자산관리(WM) 비즈니스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명시했다.

그 영향으로 지난 3분기 472억원이었던 SC제일은행의 수수료 이익은 4분기 620억원으로 31.4% 늘어났으며 올해 1분기에는 보다 늘어난 690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분기와 3분기 각각 611억원과 545억원으로 이익 규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자산관리(WM) 부문 실적은 개선됐지만 외환 트레이딩 부문이 올해 들어 다소 부진했다는 것이 SC제일은행 측의 설명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국내 주요 은행들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은 편”이라며 “주거래 은행을 바꾸더라도 ‘국내 자본’이 바탕이 되는 은행을 이용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수의 대형 은행들이 사실상 독점을 하고 있는 구조기 때문에 외국계 은행들은 금리 인상 등의 호재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것 같다”며 “한국씨티은행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WM부문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규모 자체가 크지 않아 큰 수익을 가져다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영업 환경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SC제일은행 역시 한국씨티은행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전망들도 나오고 있다. 이미 지난해와 올해 금융당국 배당 규제,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국내 시장에 대한 외국계 금융사들의 불만은 크게 늘어나 있는 상태다.

한국씨티은행 철수로 인한 반사이익도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의 발전된 금융 기법과 넓은 글로벌 네크워크 등이 외국계 은행만의 장점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국내 은행들도 기술이나 네트워크 발전을 이뤘기 때문에 차별성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소비자 입장에서도 예전에는 유학생들과 여행객들이 씨티은행을 많이 사용하는 등 차별점이 있었지만 이제는 국내 은행들도 큰 불편함 없이 글로벌 서비스들을 제공할 수 있다”며 “국내법인이 해외에 진출하거나 해외에서 한국시장에 진출을 하려할 때 교두보 역할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외국계 은행의) 장점은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SC제일은행은 앞으로도 국내 시장에서 WM영업 강화를 위한 노력을 지속할 방침이다. SC제일은행은 당장 내년초 은행과 증권을 결합한 복합 점포를 열고 자회사 SC증권을 통해 은행과 증권 상품을 함께 판매하는 등 영업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SC제일은행은 분기보고서를 통해 “전세계를 아우르는 스탠다드차타드(SC)그룹의 투자 전문인력들이 매년 투자 테마를 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별화된 글로벌 투자전략과 시장전망을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전세계 60여 개 시장에 걸쳐 있는 SC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투자 및 교역을 모색하는 국내 기업고객들에게 선진적인 기업금융 서비스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