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M 1위' KB국민은행, 한국씨티은행 PB 영입전서 승리할까

고액자산가 확보 가능···대형증권사도 영입 전쟁 참여 은행, 증시호황으로 WM주도권 증권사에 뺏길까 우려 '호봉제' 은행, 증권사의 거액 인센티브 제칠 당근 제시가 관건

2021-11-16     유길연 기자
한국씨티은행 서울 도곡 센터 / 사진=한국씨티은행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금융권이 한국씨티은행 프라이빗뱅커(PB) 모셔가기에 혈안이 된 가운데 은행권에선 KB국민은행이 보다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져 결과가 주목된다. 국민은행이 한국씨티은행 PB 영입에 성공할 경우 은행권 자산관리부문(WM) '1위' 지위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액 연봉과 성과급을 내건 증권사 또한 시티은행 PB들에 눈독을 들이고 있어 영입전 승리를 장담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 국민은행 고액자산가 모시기 '적극'···시중은행 vs 증권사 영입전쟁 구도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과 증권사 등은 최근 소매금융 사업을 청산하기로 결정한 한국씨티은행의 WM 인력을 영입하기 위해 치열하게 물밑잡업을 진행 중이다. 한국씨티은행의 PB들을 영입하면 관리하고 있는 고객들의 자산도 함께 넘어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씨티은행의 WM은 고액자산가들을 대상으로 경쟁력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희망퇴직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퇴직 처리가 종료된 후 한국씨티은행의 스타급 PB들의 행선지도 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중은행들 중에선 국민은행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시중은행 WM부문 관계자는 "실력있는 PB 영입을 위해 물밑에서 협상을 진행했지만 팀 단위로 움직이는 조건을 내걸어 더 이상 진행을 하지 않았지만 KB국민은행의 경우 이를 수용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최근 고액자산가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내년 7월 서울 압구정에 '압구정 플래그십 PB(프라이빗뱅커)센터'를 개설하는 것도 이를 위한 전략이다. 이 센터는 국민은행 주도로 KB금융그룹 PB들이 총집합한다.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팀 단위 고객관리, KB형 패밀리오피스 모델 등 차별화된 운영방식을 도입해 고객에게 전문화된 자산관리를 제공할 계획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씨티은행 PB 영입 관련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시중은행 모두가 한국씨티은행 인력을 확보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자료=각 사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 시중은행, WM 주도권 증권사에 뺏길까 우려···호봉제로 영입 성공은 미지수 

국민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가운데 올해 WM실적을 가장 많이 거뒀다. 올 3분기 누적 기준 WM수수료수익은 42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급증했다. 두 번째로 많이 거둔 신한은행(2403억원)보다 1800억원 넘게 벌어들였다. 국내 시중은행 WM 시장은 국민은행 독주 체제가 굳혀지는 모양새다. 

그럼에도 국민은행이 한국씨티은행 PB 영입 전쟁에 참여하는 이유는 최근 WM사업 주도권이 은행에서 증권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주식시장은 유례없는 호황을 기록했다. 고객들은 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을 선호하게 되면서 펀드와 같은 간접 투자에 대한 관심이 하락했다. 은행 WM은 펀드와 주가연계신탁(ELT) 등 간접투자 방식으로 이뤄진다. WM사업이 부진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한국씨티은행 PB 영입 전쟁에서도 시중은행이 증권사를 이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은행의 직급체계는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가 기본이다. 스타급 PB들에게 큰 액수의 금액을 보장하긴 쉽지 않다. 반면 증권사는 성과급 요소가 더 크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PB들에게 거액의 인센티브를 제시할 수 있다. 최근 시중은행은 호봉제 때문에 디지털 관련 개발자 영입도 난황을 겪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입장에선 한국씨티은행 고객들이 은행의 관리를 원한 만큼 은행 환경에서 영업을 계속 이어갈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라며 “다만 증권사가 대규모 인센티브를 제시하면 은행이 이를 극복하기 힘들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