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 삼성전자, 지지부진 주가에 개미도 돌아섰다

1월 고점 이후 하락세에 개인 1년만에 월간 순매도 전환

2021-11-14     이호길 기자
삼성 서초사옥.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국내 주식시장에서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자가 지난 1월 고점을 찍은 이후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주가가 내려가면 추가 매수했지만, 지지부진한 흐름이 장기화되면서 매도에 나서는 것으로 분석된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개인은 삼성전자 보통주 259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달 말까지 매도 우위가 유지된다면 개인 기준으로 1조1064억원을 순매도한 지난해 11월 이후 1년 만에 월간 순매도로 전환된다.

이같은 모습은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삼성전자 주가와 연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주식은 올초 주식시장 호황 국면에서 ‘국민주’로 부상했다. 올해 개인의 삼성전자 누적 순매수 금액은 35조1324억원에 달한다. 개인 소액주주는 지난해 말 215만3969명에서 지난 6월말 기준 454만6497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개인 투자자들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계속 떨어지고 있다. 최근 거래일인 지난 12일 종가는 7만600원으로 지난 1월 11일 장중 고점(9만6800원) 대비 27% 이상 하락했다. 연초 ‘반도체 슈퍼사이클’ 전망이 나오면서 ‘10만 전자’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최근 메모리 업황 둔화 우려가 나오면서 지난 11일에는 ‘6만 전자’로 밀리기도 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삼성전자의 주가가 내리막길을 걸을 때 순매수를 거듭했고, 이 때문에 수익률은 마이너스일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개인의 삼성전자 순매수 금액에서 순매수 수량(4억3695만2516주)을 나눠 추산한 평균 매수 단가는 약 8만403원으로 현재 주가와 1만원가량 차이가 난다. 개인 투자자들의 삼성전자 순매도 전환 배경으로 풀이된다.

증권업계에서도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22곳의 삼성전자 평균 목표주가는 9만5870원으로 직전 수치인 9만6364원보다 소폭 하락했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목표주가를 9만5000원에서 9만원으로 낮춰 잡기도 했다.

삼성전자 주가 반등을 위해선 안정적인 실적보다도 변화의 모멘텀을 시장에 보여줘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에 연결기준 매출 73조9800조원, 영업이익 15조8200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을 기록했으나 주가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기업 가치가 올라기기 위해서는 실적 너머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대에 진입했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하기 위해서는 메모리 사이클이 확실한 바닥에 근접했다는 시그널이 나오거나, 경쟁사와의 차별성을 증명하거나, 사업구조 재편이나 M&A, 또는 소프트한 전략을 통한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 시장의 평가”라고 분석했다.

이 센터장은 투자의견 매수와 목표주가 9만3000원을 유지하면서 “내년에는 파운드리에서 의미있는 변화와 DDR5를 통한 차별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