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로톡 갈등에 民·官·學 나섰지만···갈등 해결엔 역부족
11일 서울 강남구에서 ‘리걸테크 실현 위한 법률플랫폼과 변호사법’ 세미나 개최 학계·업계·정부 참석해 상생 논의에도 견고한 입장 차만 재확인 학계 “변협도 법률서비스 변화 받아들여야” vs 변협 “변호사법 따를 것”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법률플랫폼 로톡과 변호사 단체의 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민·관·학이 중재에 나섰다. 로톡의 불법성 여부를 다같이 살펴보고, 다양한 형태의 법률플랫폼 스타트업을 포괄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겠다는 취지에서다. 그러나 갈등의 폭을 좁히기는커녕, 변호사 단체의 강경한 입장만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는 평가다.
11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리걸테크를 실현하는 법률플랫폼과 변호사법’ 세미나가 개최됐다.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와 한국외대 법학연구소가 주최하고, 스타트업 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의 후원으로 열린 이번 세미나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갈등의 이해당사자인 대한변호사협회도 참여해 학계·업계·정부가 모두 모였다는 데 의미가 크다.
고려대 기술법정책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성엽 교수는 “법률플랫폼은 우리 사회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왔지만, 법률시장에 들어온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인 만큼 어려움을 겪은 건 사실”이라며 “이번 세미나를 통해 우리사회에 올바른 리걸테크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폭넓은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 플랫폼 스타트업 대표로 참석한 최성진 코스포 대표는 “국내 리걸테크 스타트업은 혁신 서비스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하기엔 제약이 많다”며 “특히, 이들 스타트업들은 변호사법에 막혀 자유롭게 활동을 할 수 없게 된 만큼 하루빨리 개선 방향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호소했다.
본격적인 세션은 독일, 일본의 사례를 통한 쟁점 토론으로 시작됐다.
이병준 한국외대 교수는 리걸테크 산업의 발달로 법률서비스 시장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독일의 사례를 소개했다. 현재 독일은 전문 변호사에 의한 법률서비스와 비변호사의 법률서비스가 공존하고 있다.
이 교수는 “법률플랫폼 기업들이 법적 규제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판결을 하고 있다”며 “법률서비스 시장의 변혁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신지혜 한국외대 교수는 “단순히 기술적, 산업적 논의에 그칠 것이 아니라, 플랫폼 산업 발전이 필연적인 만큼 법조인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진 세션에서는 국내 리걸테크 플랫폼을 둘러싼 쟁점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현재 변협과 로톡 간 갈등이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른 상황인 탓에 현장엔 무거운 분위기가 깔렸다.
국내 변호사법 권위자로 꼽히는 정형근 경희대 법대 교수는 “변호사법이 변협에 위임한 광고 규정의 핵심은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광고’로, 그 우려가 무엇인지 특정하지 못하면 로톡 등의 플랫폼이 변호사법 위반이라고 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정 교수는 또 “플랫폼 스타트업에 가입해 소비자들에게 광고했다는 이유로 회원 변호사들을 징계하는 것은 겁박과 다를 게 없다”며 “변화를 받아들여 플랫폼 스타트업들과 상생 방안 모색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상수 변협 부협회장은 “변호사법의 광고 규정에는 ‘그밖에 광고에 대해 필요한 사항은 변협이 정한다’는 내용도 있다”며 “이를 근거로 이를 위반한 변호사들에 대해 징계가 이뤄져 왔다”고 반박했다.
박 부협회장은 또 “중개 및 알선업을 영위하는 법률브로커 근절을 위해 그동안 변호사법은 변호사의 알선, 유인, 중개를 금지해왔다”며 “플랫폼 산업 발전을 위해 변호사법을 바꾸라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되물었다.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마재욱 과기정통부 디지털신산업제도 과장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플랫폼의 진입 문제는 필수 해결과제”라며 “리걸테크 산업의 성장을 위해 전문직 단체가 어느 정도 길을 터줄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