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쓴 맛 본 일본시장 재진출 선언···성공 가능성은?
장재훈 현대차 사장 “일본 시장 진출 관련 신중히 최종 검토중” 아이오닉5·EV6등 전기차 앞세워 일본 시장 공략 유럽서 전기차 경쟁력 입증한 데 이어 일본차 텃밭인 동남아·인도네시아서 질주 단 일본 시장 폐쇄성 고려하면 성공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수입차 점유율 10% 안팎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가 최근 일본 시장 재진출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친환경 시대를 맞아, 현대차가 전기차 분야에서 일본차 브랜드에 비해 앞서 있는 점을 활용해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풀이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최근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일본 시장 진출에 대해 신중하게 최종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시장 상황 등 외부환경과 내부 상황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장 사장은 “아이오닉5와 넥쏘가 각 차급에서 어떤 경쟁력을 갖췄는지 점검해 판매 채널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현대차의 일본 진출설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현대차 넥쏘와 아이오닉5의 경우 일본 전용 우핸들 차량을 일부 만든 것으로 알려지며, 일본 진출을 감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현대차가 지난해 일본 트위터 계정을 개설한 것은 물론, 채용 공고에서도 ‘일어 가능자 우대’ 조항을 추가하며 일본 진출설이 힘을 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현대차는 공식적으로 일본 진출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이번에도 현대차 관계자는 “일본차 시장 진출은 아직 검토 중인 단계이며,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 입장에선 일본 시장은 아픈 손가락이다. 현대차는 미국, 유럽, 중국 등 자동차 강국은 물론 인도, 동남아,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개발국에서도 입지를 넓혀나가며 전세계적인 판매망을 구축했다. 하지만 일본시장의 경우 지난 2001년 진출한 후 판매 부진으로 인해 2009년 시장에서 철수했다. 8년간 누적 판매량이 1만5000여대에 불과할 정도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본 자동차 시장 규모는 단일 국가 가운데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를 기록할 만큼 큰 곳이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와 전국경자동차협회연합회 등에 따르면 작년 일본내 신차 판매는 459만8615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한국 내수판매량(190만5972대)보다 약 2.5배 많은 수치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친환경차 시대를 맞아 아이오닉5, EV6, GV60 등 다양한 전기차를 일본 시장에 내놓으면서 재진출의 발판으로 삼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동안 내연기관차 시대에선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주력 브랜드들이 자리를 꽉 잡고 있어 현대차가 낄 틈이 없었지만, 전기차 시대에선 상황이 다르다.
토요타를 비롯해 일본차 브랜드들의 경우 전기차 전환에 다소 뒤처진 상태다. 일본차 브랜드의 경우 그동안 전기차 자체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며 하이브리드에 집중했으나, 전세계적으로 전기차 붐이 일면서 부랴부랴 뒤쫓아가는 형국이다. 현대차도 이 점을 노려 빠르면 내년부터 일본 전기차 시장에 진출해 선점 효과를 내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올해 출시한 아이오닉5, EV5의 경우 국내는 물론 전기차 강국인 유럽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한 바 있다. 두 차종은 출시 반 년만에 전세계 누적 판매량 5만대를 돌파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 출시한 아이오닉5 판매량은 총 3만8517대이며 국내 시장에서 1만5467대, 해외에서는 2만3050대가 팔렸다. 지난 8월 출시한 EV6 판매량은 국내 4564대, 수출 7508대 등 총 1만2072대다.
앞서 현대차는 일본차 시장 텃밭으로 불렸던 동남아시아에서 선전하면서 경쟁력을 입증했다. 현대차는 올해 1~9월 베트남에서 토요타를 제치고 판매량 1위를 달성했다.
일본차 점유율이 90%를 넘는 인도네시아에선 전기차를 중심으로 새 판 짜기에 나섰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최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만나 현지 전기차 네트워크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외곽 브카시에 첫 생산공장을 짓고, 내년 1월부터 내연기관차부터 양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전기차 생산은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진행할 예정이다. 또한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해 현지 배터리셀 공장을 짓고, 인도네시아에 전기차 생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다만 현대차가 일본 시장에 재진출하더라도 성공을 장담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기차 분야에서 현대차가 일본보다 현재 앞서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일본차 시장의 폐쇄성은 전세계적으로도 손 꼽히는 수준이다.
일본자동차판매협회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1~10월 일본 자동차 판매(경차제외)는 235만7760대이며 이 중 수입차는 29만2491대로 12%에 불과하다. 여기에 일본차가 대부분인 경차(140만1638대)시장까지 고려하면 수입차 비중은 7% 수준까지 떨어진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중국차가 안 팔리는 것처럼 일본에서도 한국차를 깔보는 성향이 강하다”며 “한일 관계가 냉각기를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전기차로 일본 시장 성공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