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페토와 MZ세대 그 사이를 바라보며

편의점부터 프랜차이즈점까지···제페토 단발성 유행으로 끝날까

2021-11-10     한다원 기자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유통업계가 제페토에 단단히 꽂혔다. 정확히는 편의점, 카페, 면세점을 메타버스에 입점시키고 있다. 미래 고객인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사로잡기 위한 전략이다. 기자는 Z세대로서 요새 유행한다는 TV프로그램 스우파(스트릿우먼파이터), 유미의세포들부터 유튜브 인기 채널, 리셀, 주식, 골프 등을 모두 섭렵했지만 제페토까지는 손을 뻗지 못했다.

메타버스와 제페토. 올해 초부터 최근까지 취재원과 만난 미팅에서 빠지지 않는 주제는 과연 ‘제페토’다. 올해 초만해도 기자에게 ‘제페토가 뭔지 알려달라’는 질문이 많았다면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은 ‘제페토 만들었냐’로 바뀌었다. 그정도로 제페토에 관심없던 유통업계 종사자들은 제페토에 단단히 빠져있다.

제페토는 네이버제트가 2018년 8월 출시해 현재 전 세계 2억명이 넘는 서비스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는 증강현실 아바타 서비스 플랫폼이다. 가입자들은 가상현실 속 자신이 원하는 모습의 아바타를 만들어 AR 콘텐츠, 게임, SNS 기능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유통업계가 아무리 제페토에 꽂혀있다 해도 그게 그렇게 마케팅 효과로 이어질까 싶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 파급력은 컸다. 업계에 따르면 메타버스에 입점한 이후 매출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제페토 이용자의 80%가 10대라는 점에서 제페토를 통해 마케팅을 편 유통업체들은 확실히 효과를 보고 있다.

우선 프랜차이즈를 비롯한 유통사의 메타버스 진출은 이미 일반화된 마케팅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편의점 CU는 제페토를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유통업체다. MZ세대들에게 메타버스에 입점된 CU는 오프라인 점포 못지 않게 친근한 시설로 여겨진다. CU는 제페토 내 ‘한강공원점’처럼 매장별 이름을 붙인 것은 물론, 키오스크와 안면 인식기를 설치한 무인 편의점을 여는 등 매장별로 차별화를 시도해 방문하는 재미를 더했다. 이 외에도 빙그레, 현대백화점면세점 등이 메타버스 마케팅을 활용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메타버스 마케팅을 예고한 유통사도 많다. 롯데는 제페토 내에 롯데월드를 구상한다거나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 게더타운에 롯데프리미엄아울렛 타임빌라스를 모티브로 한 롯백타운을 오픈, 하반기 채용설명회도 메타버스로 진행할 예정이다. 신세계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도 네이버와 다방면에 걸친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메타버스 진출을 예고한 상태다.

유통업계에서는 메타버스 마케팅을 적극 펴면서도 반신반의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이버 공간이 오프라인보다 더 매출을 올릴 수 있냐는 의견도 많다. 이들의 의심은 ‘잘 될 수 있을까’로 귀결된다. 제페토가 활성화되기 전 이미 유통업계에서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라이브커머스 등 다양한 SNS 활용해왔다. 결국 이번 마케팅도 MZ세대를 위한 것인데 유행을 좇다 다시 또 다른 방식을 찾으며 제페토가 언제 존재했냐는 듯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시선이다.

MZ세대는 유통업계에게 필연적인 존재다. 그러나 MZ세대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제페토를 배워야하는 그 윗세대를 바라보며 한 취재원은 “안되더라도 오프라인 점포를 키우는게 이득일 수 있다”는 평을 내놓았다. 당장 MZ세대를 품지 않더라도 꾸준히 해왔던 방식이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메타버스가 뚜렷한 수익 모델과 발전 가능성을 확립해 단발성 유행에 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