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장모 ‘잔고증명서’ 재판에서 언급된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왜?

전 동업자 안씨 측 “차별적 기소에 따른 공소권남용” 의견서 내 증명서 4장 위조했지만 행사죄 적용 달라···장모 1장, 안씨는 2장 재판부 “자의적 차별 기소 여부 고민”···검찰 “공소장 변경 검토”

2021-11-05     주재한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가 지난달 28일 경기도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자신의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위조사문서행사죄 일부는 전 동업자인 안씨에게만 적용됐다. 윤석열 장모 최씨는 분명 연결돼 있는데 혐의에서 빠졌다. 또 위조, 행사 범죄는 사기죄와 연결되는데 사기 혐의는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검찰이 차별적 공소제기를 한 것이고, 이는 공소권 남용이다.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과 관련된 최근 대법원 판례를 의견서에 첨부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와 함께 350억원대 통장 잔고증명서를 위조하고 이 중 일부를 행사한 혐의로 기소된 전 동업자 안아무개씨의 변호인 황희석 변호사는 5일 의정부지방법원을 나서며 이 같이 말했다. 이날 안씨의 속행공판에서 검찰이 공소장변경을 언급한 배경을 설명해 달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것이다.

<시사저널e>는 지난 7월 검찰의 차별적 공소제기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다. 장모 최씨와 안씨 등이 공모해 위조했다는 통장 잔고증명서는 총 4장인데 위조죄와 ‘세트’인 행사죄 혐의 일부가 안씨에게만 적용됐다는 내용이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장모 최씨와 안씨는 윤 전 총장 아내 김건희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코바나컨텐츠 감사이던 김아무개씨에게 부탁해 2013년 4월1일자(100억원), 6월24일자(71억원), 8월2일자(38억원), 10월11일자(138억원) 등 잔고증명서 4장을 위조했다. 장모 최씨와 안씨, 김씨 세명이 사문서위조의 공범이다.

하지만 검찰은 행사죄를 피고인별로 달리 적용했다. 100억원짜리 잔고증명서 행사 범죄는 장모 최씨와 안씨가 공동으로 저질렀다고 공소사실을 구성한 반면, 71억짜리 행사 범죄는 안씨 단독 범행이라고 결론 내렸다. 나머지 38억원, 138억원짜리 행사 범죄는 특정조차 하지 못했다.

문제는 법정에 출석한 증인들의 진술과 검찰의 공소사실이 배치됐다는 점이다. 지난 7월 14일 재판에 나온 임아무개씨와 서아무개씨는 장모 최씨가 71억 잔고증명서 행사 범죄에 관여했다고 증언했다. 임씨는 장모 최씨와 대학원 동문이자 십수년간 친목 모임을 해온 인물로 안씨를 통해 장모 최씨와 금전거래를 했다는 입장이다. 임씨는 또 자신이 최초로 제시받은 잔고증명서가 8월2일자 38억원짜리라고 증언했다.

임씨의 측근 서씨도 2014년 9월부터 6~7개월에 걸쳐 안씨와 함께 장모 최씨를 만나 잔고증명서를 담보로 돈거래를 했다고 증언했다. 이는 검찰과 변호인도 처음 듣는 이야기이자 공소사실과도 배치되는 내용이었다. 장모 최씨는 자신이 잔고증명서 행사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씨는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지하 커피숍에서 안씨와 장모 최씨를 만났다”며 “최씨가 직접 자필로 작성하고 인감도장도 찍었다”고 말했다. 그는 “확인서에 날짜가 빠지면 날짜를, 금액이 빠지면 금액을 넣어달라고 요구했고, 장모 최씨가 응했다”며 “확인서를 받으면 바로 임씨에게 전달했다. 10여 차례가 넘는다”고 말했다.

서씨가 재판 시작 전 기자에게 공개한 2014년 9월4일자 확인서에는 ‘당좌수표 일억원정, 이억원정 2매를 2014년 8월29일에서 9월12일 자로 정정 발행했음을 확인함’이라고 적시돼 있다. 작성자는 장모 최씨로 돼 있고 직인 또한 장모 최씨의 것이라고 서씨는 설명했다. 서씨는 또 내용은 같고 날짜만 변경된 확인서 여러장을 공개했다. 장모 최씨가 기일을 보름에서 한달씩 미룰 때마다 작성해준 것이라고 서씨는 부연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씨가 당좌수표 기일변경과 관련해 직접 작성하고 직인까지 찍었다는 확인서 일부. / 사진=시사저널e 자료사진

서씨의 증언을 종합하면, 71억원 위조잔고증명서가 행사되는 과정을 장모 최씨가 알았고 기일 연장과 관련된 확인서 작성을 최씨가 직접 했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또 위조된 38억원 잔고증명서를 최초로 제시받았다는 임씨의 증언에 따르면 이 부분 행사에 대한 검찰의 공소사실은 사실관계가 틀렸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흔드는 법정 증언은 또 있었다. 이날 기일보다 앞선 지난 6월2일. 증인으로 출석한 또 다른 임아무개씨도 장모 최씨가 71억 잔고증명서 행사 범행에 개입됐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임씨는 안씨가 제시한 최씨 명의의 수표 5장을 근거로 총 18억3500만원을 빌려준 인물로, 현재 장모 최씨와 민사소송 중이다. 그는 1심에서 패소한 상태다.

대법원 판례는 '검사가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해 피고인에게 실질적인 불이익을 줌으로써 소추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하였다고 보이는 경우 이를 공소권의 남용으로 보아 공소제기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고 판시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자의적인 공소권의 행사란 단순히 직무상의 과실에 의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적어도 미필적이나마 어떤 의도가 있어야 한다.

황 변호사는 “이 사건은 이미 수 년 전 장모 최씨가 사문서위조를 자백했음에도 알 수 없는 이유로 기소조차 되지 않고 있다가 언론의 보도가 몇 차례 있은 뒤 비로소 수사가 진행됐다”며 “특별한 사정없이 최씨에 대해 위조사문서 행사 일부가 기소범위에서 제외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전 총장의 장모인 최씨를 축소기소하겠다는 대검 관계자들의 의도 아래 수사가 진행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 검찰 “행사 관련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서···소명하겠다”

검찰은 안씨 측의 차별적 기소 주장에 “행사와 관련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다”고 답했다. 또 “만약 공소장 변경을 해야한다면 분리돼 재판을 받고 있는 장모 최씨의 사건도 (공소장) 변경이 필요하다”며 “(공소장 변경 여부가) 확정되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우려를 표했다. 유우성씨 사건을 언급하며 “최근 공소권남용을 인정해 공소를 기각한 대법원 판결이 있었다. 재판부도 고민하는 주제이자 쟁점이다”며 “증거조사를 마치는 대로 (검찰의) 의견을 밝혀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 측(안씨)의 지적이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서 공판검사는 공정하게 재판에 임해 달라. 명심하라”고 했다.

장모 최씨는 안씨 등과 4장의 통장잔고 증명서를 위조하고 이중 일부를 행사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2013년 4월1일자 100억원짜리 허위잔고증명서를 2013년 5월 이른바 ‘도촌동 땅’ 관련 계약금 반환청구소송에 준비서면에 첨부해 제출한 혐의(위조사문서행사), 2013년 10월 도촌동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절반은 A사, 절반은 안씨 사위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해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