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토요판] 네이버의 NFA, 한국판 아마존 FBA 될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셀러에게 풀필먼트 서비스 제공 아마존과 비슷···투자 대신 제휴로 이커머스 1위 굳히기

2021-10-30     한다원 기자
네이버가 스마트스토어 셀러에게 NFA(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를 제공한다. / 사진=셔터스톡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네이버가 그간 약점으로 지적돼온 물류 부문을 보완하기 위해 NFA(네이버 풀필먼트 얼라이언스)를 열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의 물류 부담을 줄이고 쿠팡에 맞서 빠른 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다. 네이버가 갈수록 성장하는 커머스 부문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네이버의 NFA가 한국판 아마존 FBA(풀필먼트 바이 아마존)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최근 네이버는 물류 스타트업과 손잡고 온라인 풀필먼트 데이터 플랫폼 ‘NFA’를 열었다. 그간 네이버는 스마트스토어 셀러에게 온라인 장터만 제공할뿐, 물류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았다. NFA는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셀러와 풀필먼트 스타트업을 상호 연결하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AI를 이용한 물류 데이터 분석, 사업자별 물류 수요예측 등의 기능들을 종합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네이버는 NFA를 통해 풀필먼트 분야뿐 아니라 택배, 프리미엄 배송, 도심 근거리 물류창고 등 다양한 물류 분야에서 적극 협업할 방침이다. 현재 NFA에는 CJ대한통운·아워박스·위킵·파스토·품고·딜리버드·셀피 등 7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네이버는 향후 협력 업체를 늘려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판매자 입장에서도 네이버 NFA를 이용하면 포장·배송·재고관리뿐 아니라 불량품 검수, 반품 처리까지 물류 전반에 대한 업무를 줄일 수 있다. 특히 NFA 입점 업체들은 도심 곳곳에 풀필먼트 거점을 갖고 있어 상품 배송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

네이버는 NFA 정식 출범에 앞서 지난 7월부터 테스트 단계를 거쳐왔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당시 컨퍼런스콜에서 “46만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를 대상으로 하는 NFA는 출범 4일 만에 이용자 물류 이용률이 이전 대비 10배 이상 증가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네이버의 NFA는 자연스레 아마존 FBA를 떠올리게 한다. 아마존 FBA는 재고관리부터 주문, 배송, 고객서비스, 반품, 환불 등 과정을 아우르는 아마존만의 주문 처리, 물류시스템이다. 오프라인 매장이나 별도 쇼핑몰 홈페이지를 만들지 않아도 마켓플레이스에 출점하고 아마존 창고에 상품을 맡겨두기만 하면 아마존이 알아서 판매, 배송해주는 구조다. 아마존의 FBA는 전 세계 수백만명에 이르는 고객과 접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아마존이 글로벌 최대 이커머스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도 여기에 있다.

특히 아마존 FBA 창고는 연중무휴로 가동한다. ‘한시라도 빨리 받고 싶다’는 고객의 심리를 헤아려 기회손실을 막고 있다. 아마존은 휴일에도 당일배송을 가능하게 한다. 아마존은 자사가 진출하는 모든 나라에서 이 FBA를 도입하고 있다. 100개국 이상의 출품자가 이를 이용해 국경을 넘어 180개국 이상의 고객에게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FBA를 이용한 배달은 연간 10억개를 넘어서고 있다.

결국 네이버는 아마존식 물류 시스템을 구축해 국내 이커머스 선두권에서 격차를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쿠팡이 조단위를 투자해 전국 곳곳에 물류센터를 투자하고 있는 것과 달리 네이버는 제휴하는 방식으로 투자비용은 줄이고 서서히 저변을 넓히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는 ‘일본판 네이버쇼핑’을 준비하고 있다. 일본 셀러들을 위한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네이버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를 통해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이커머스에도 도전하고 있다. 네이버의 NFA는 국내 셀러의 해외진출을 돕는 수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네이버는 굳이 비용을 들이지 않고 제휴 형태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구축하고 있다”며 “그간 지적돼온 물류 부문을 보완해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판매자와 연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네이버는 대규모 투자를 통한 경쟁보다는 그간 목표로 삼은 상생을 내세워 천천히 내실을 다져 이커머스 1위를 굳히는데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