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헬스케어’ 뛰어든 네이버·카카오···대규모 투자 돌입하나

2018년 의료 데이터 합작법인 설립한 네이버·카카오···“헬스케어 시장 진출 대비한 것” 카카오, 의료 데이터 플랫폼 휴먼스케이프에 투자 준비···“기술적 협력 논의 중” 전문가 “빅데이터 기업들이 국내 헬스케어 산업에 새로운 패러다임 만들 것”

2021-10-27     염현아 기자

[시사저널e=염현아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네이버·카카오도 속속 뛰어들고 있다. 일찍이 헬스케어 시장에 발을 들인 네이버에 이어 최근 카카오도 유망 스타트업과 벤처들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들의 시장 공략으로 국내 헬스케어 산업에도 새로운 패러다임이 자리 잡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휴먼스케이프에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휴먼스케이프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루게릭, 신경섬유종증, 유전성 혈관부종 등 난치성 질환에 대한 치료제 개발 현황을 제공하는 데이터 플랫폼 ‘레어노트’ 운영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휴먼스케이프와의 협력을 통해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적으로 키워나가려는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휴먼스케이프와 기술적 협력을 논의 중인 건 사실이지만, 일부 보도에서처럼 수천억원 규모의 인수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앞서 2018년 8월 카카오 자회사 카카오인베스트먼트는 서울아산병원과 함께 국내 첫 의료 데이터회사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를, 2019년 12월엔 연세대의료원과 파이디지털헬스케어를 설립했다. 일찍이 의료 빅데이터 사업 투자를 위해 기반을 다진 것이란 평가다. 이후 카카오는 자회사 카카오벤처스·카카오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여러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카카오벤처스·카카오인베스트먼트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 현황 표.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카카오 관계자는 “투자 규모를 밝히기는 어렵지만, 현재 카카오가 여러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건 맞다”면서도 “헬스케어 분야뿐 아니라, 기술을 보유한 여러 분야의 기업들과 협력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사 네이버도 헬스케어 시장 진출을 위해 일찍부터 대비를 마쳤다. 지난 2018년 12월 대웅제약·분당서울대병원과 헬스케어 합작법인 다나아데이터를 설립해 헬스케어 투자에 시동을 걸었다.

네이버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D2SF는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지난해 투자한 업체 8곳 중 헬스케어 관련 업체만 6개에 달했다.

네이버 D2SF의 헬스케어 스타트업 투자 현황 표.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네이버 관계자는 “2018년 다나아데이터 설립 이후 헬스케어 시장에 투자가 많아진 건 맞다”면서도 “다만 네이버가 현재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물류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들에 투자하고 있는 것처럼 헬스케어도 그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또 “초기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여서 규모는 작지만, 앞으로 의료 헬스케어 부문 외에도 여러 유망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네이버·카카오의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투자는 데이터와 IT 기술을 접목한 융합 바이오가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최근 바이오 기술에 데이터와 IT 기술을 접목한 융합 바이오가 급부상하면서 질병 등에 대한 현상 진단뿐 아니라, 예방까지 가능한 시대가 도래했다”며 “빅데이터 기술을 보유한 국내 기업들이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 진입하고 있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은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로의 사업 확장을 알린 이통3사와 네이버·카카오 등 IT 기업들은 오랫동안 내부적으로 준비해 왔을 것”이라며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디지털·바이오헬스케어 스타트업의 전문 엑셀러레이터(AC)로 나선 KT는 바이오, AI 기반 진단 보조 솔루션, 디지털치료제, 디지털 헬스케어 등 9개사를 선정해 200억대 투자 계획을 밝혔다. LG유플러스도 시니어 디지털 헬스케어 투자에 집중하고 있고, SKT도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다만 이 부회장은 최근 팬데믹 상황으로 헬스케어 시장이 갑자기 팽창하게 된 만큼 아직까지 법적 규제가 사업 확장을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 국내엔 법적 규제들로 인해 건강 데이터 접목에 그치고 있지만, 향후 규제가 완화돼 유전 정보 활용까지 가능하게 되면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