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NK금융, 가계대출 조이기 돌입···건전성 관리 부담 다시 커지나
수익 증대 위해선 중소기업 대출 늘려야···부실채권 증대 가능성↑ 부산·경남은행, 올해 가까스로 건전성 개선···또 악화될까 우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금융당국이 BNK금융지주 소속 은행인 부산·경남은행에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면서 두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졌다. 은행권에서는 부산·경남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의존도가 높아지면 또 다시 자산건전성 관리에 애를 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부산·경남은행에 가계대출 관리를 당부할 예정이다. 이에 두 은행은 더 강도 높은 가계대출 조이기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부산은행은 이미 '대출비교플랫폼'과 연계된 대출 접수를 중단했고, 경남은행은 신용대출 한도를 고객 연봉 수준으로 축소했다”라며 “당국의 정책에 맞춰 가계대출 관리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경남은행은 올해 가계대출을 은행권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늘렸다. 경남은행의 올해 6월말 가계대출 잔액은 12조1712억원으로 작년 말과 비교해 11.8% 급증했다. 부산은행(16조196억원)도 같은 기간 10% 늘었다. 증가율로는 인터넷은행을 제외한 모든 은행 가운데 1,2위에 해당한다.
두 은행이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강화하면 중소기업 대출 의존도는 다시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두 은행의 가계대출은 지난 2019년부터 크게 늘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 사태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출 지원을 크게 늘린 상황에서도 가계대출 증가율이 기업대출 보다 더 높았다. 이에 부산·경남은행의 전체 원화대출 가운데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증가했다. 두 은행 모두 올해 6월 말 가계대출 비중은 2019년 말 대비 2%포인트 증가했다.
가계대출이 막힌 상황에서 대출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중소기업 대출 외에는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비이자이익 비중이 낮기 때문에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는 대출자산이 계속 늘어야 한다. 기업대출 중 대기업은 대부분 채권 발행 등으로 직접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중소기업 대출을 늘릴 수 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부산·경남은행이 중소기업 대출 의존도를 높이면 자산건전성 부담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다. 중소기업대출 의무비율 60%를 준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지방은행의 연고 지역의 경기가 침체되면 부실채권 비중과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악화의 가능성이 시중은행보다 크다.
특히 부산·경남은행은 최근 몇 년 간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 지역의 경기침체로 건전성 관리에 애를 먹었다. 지난 2017년부터 작년까지 부실채권 비중이 은행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두 은행의 부실채권 지표는 크게 개선됐지만 여전히 지방은행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에 두 은행은 부실채권 비중을 낮추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가계대출 확대는 자산건전성 개선을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였다. 부실이 발행한 채권은 손실처리(상각) 하거나 매각 처리하는 규모도 크게 늘렸다. 그 결과 부산·경남은행의 자산건전성은 크게 개선됐다. 부산은행은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지방은행 가운데 광주은행 다음으로 부실채권 비중이 낮았다. 경남은행도 작년 말 대비 0.2%포인트 개선되면서 부실채권 비율 ‘최하위’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중소기업 대출을 다시 늘리면 부실채권 증가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더구나 지난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상환 유예’ 정책의 재연장으로 잠재적 부실이 존재하는 점도 문제다. 국내 은행은 모두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건전성 지표가 개선됐다. 이는 대출연장 및 이자유예 정책으로 인한 ‘착시효과’라는 것이 금융권의 주된 시각이다. 더구나 지방은행은 중소기업 대출 비중이 높기 때문에 정책 기간이 끝나면 부실 대출채권이 급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코로나 터널을 지나오면서 한계기업이 크게 늘어난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외부감사기업 2만2688곳 가운데 이자조차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 비중은 15.3%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0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올해는 사정이 다소 나아졌지만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이 많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모두 중소기업 대출은 부실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에 대출을 늘리기 부담스럽다"라며 "지방은행이 가계대출 대신 중소기업 대출을 늘린다면 그만큼 건전성 관리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