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주공5단지, 시세보다 높은 값에 경매 낙찰된 사연은
지분매매임에도 자금조달계획서 미제출, 실거주 의무 요건 없는 영향 3년간 지지부진한 사업 최근 다시 추진 움직임 보이는 등 호재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부동산 시장에서 지분매물은 처분 등의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이유로 온전한 매물보다 매력이 떨어진다. 그런데 최근 경매시장에서 서울 강남권의 한 재건축 단지 지분거래 매물이 시세보다도 높은 값에 거래돼 업계의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27일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전용 106㎡ 주택의 지분 1/2 매물이 법원 경매에 부쳐진 결과 13억7500만원을 써 낸 응찰자가 낙찰받았다. 이는 감정가인 11억7000만원보다 20% 가까이 높은 값이다. 시장에서 동일평형 시세는 26억원 안팎에 형성돼있다. 이번 낙찰가격 기준 전체 지분가격으로 환산하면 27억5000만원이니 1억5000만원 이상 높은 값에 낙찰된 셈이다.
지분거래임에도 경매시장에서 높은 값에 낙찰된 까닭은 매물이 위치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제 구역 지정에 따른 까다로운 조건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잠실동에 주택을 구입하려면 자금조달계획서를 제출해야 하는데다 반드시 실거주해야 하지만 경매를 통해 매입하면 이 같은 제약을 받지 않는다. 때문에 지분거래임에도 시세보다 높은 값에 낙찰가가 형성된 것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토지거래허가제 풍선효과로 경매시장 내 허가제 지역 주택의 낙찰가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앞서 지난 6월에도 이같은 사례는 있었다. 강남구 대치동의 한보미도맨션 전용 128㎡가 경매에 부쳐졌는데 감정가(29억3000만원)보다 7억원 넘게 비싼 36억6122만원에 낙찰된 것이다. 대치동 역시 토지거래허가구역이다.
3년 간 진척이 없던 사업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점도 시세를 끌어올리는데 주효했다. 잠실5단지 조합은 이달 중순 총회를 열고 정비계획안을 변경해 기존 계획보다 아파트 500세대를 추가로 더 짓기로 했다. 2017년에는 잠실역 근처 토지용도를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바꾸고 일부를 호텔을 지을 것을 계획했으나, 재건축 단지에선 종상향되더라도 주거와 관련한 부대시설만 넣을 수 있을 뿐 숙박시설은 불가하다는 법령에 따라 호텔을 빼고 주거시설인 아파트 호수를 늘리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아파트는 기존 6402가구에서 6827가구로 늘어난다.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도 경매시장 내 토지거래허가구역 매물 낙찰가 상승 분위기에 불을 지피고 있다. 서울시는 이달 중순 2030년까지의 시정 추진방향을 담은 마스터플랜 서울비전 2030을 통해 재개발·재건축을 활성화하겠다는 방향을 공개했다. 올해부터 10년간 연 평균 8만채 씩 총 80만채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재건축에서는 한강변과 강남권 재건축 활성화 덫으로 작용하던 35층 규제를 없애겠다는 계획도 담았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잠실5단지를 둘러싼 호재는 늘고있지만 규제가 여전해 투자수요들이 우회로를 찾는 모습”이라며 “지난해부터 토지거래허가제 지역 내 아파트 입찰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