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건설 1세대’ 동부건설, 40년 만에 부활 신호탄
라오스 등 동남아서 수주낭보 잇따라 개발도상국 인프라 사업 참여 적극 검토 국내 성장 한계, 중장기 성장 동력 확보 나선 듯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해외건설 1세대’인 동부건설이 40여년 만에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적극적인 수주 활동으로 최근 라오스 등 동남아에서 수주낭보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건설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중장기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해외 건설 사업 발굴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최근 라오스 비엔티안공공사업교통국에서 발주한 ‘라오스 메콩강변 종합관리사업 2차’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메콩강변에 약 8㎞ 길이의 제방을 축조하고 강변 공원과 도로 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홍수를 막고 제방 침식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됐다. 동부건설이 주관사를 맡아 금호건설과 함께 진행한다. 공사비는 약 518억원 규모로 공사 기간은 48개월이다. 앞서 2019년에는 라오스 농림부가 발주한 304억원 규모 ‘라오스 사반나켓 농촌종합개발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동부건설은 지난 6월에도 ‘캄보디아 홍수 피해 저감 사업’ 시공권을 따냈다. 해당 사업은 캄보디아 서북부 반테민체이주 인근 홍수 피해를 막기 추진하며 계약금액은 450억원이다. 다목적 저류지 3개소 건설과 관개수로 3개소 개보수 및 신설, 교량, 수문∙배수 구조물 등이 건설된다. 공사 기간은 총 36개월로 2024년 완공 예정이다.
동부건설의 해외 사업이 활기를 띤 것은 40여년 만이다. 1969년 미륭건설로 출발한 동부건설은 1973년 해외에 진출한 해외건설 1세대 기업이다. 주로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지역에서 활동을 펼쳤다. 사우디 주베일 육상 해군기지와 사우디 타이프시 타라바댐, 사우디 국방항공성 본청 공사 등 굵직한 사업들을 완수했다. 1982년 마지막으로 수주한 사우디 외무성 공사는 1억5000만 달러 규모로, 유럽건축가협회로부터 최우수 건축물상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수익성 악화로 1980년대 중반 해외 사업을 접고, 국내 토목과 주택 사업에만 전념해 왔다.
동부건설은 앞으로도 해외 사업 발굴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특히 수출입은행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자금으로 수행되는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 프로젝트 참여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EDCF은 수은이 개발도상국의 대형 인프라사업에 저리∙장기 금융으로 자금을 지원해 경제협력을 증진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사업 안정성이 높다는 점에서 건설사들이 안정적으로 해외 공사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일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라오스와 캄보디아에서 수주한 사업 모두 EDCF로 재원으로 추진됐다. 우리 정부가 지난 5월 EDCF를 활용한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프라 사업 지원을 확대한다고 밝히면서 일감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건설업계는 동부건설이 해외로 다시 눈을 돌리는 배경에 국내 건설경기 불확실성을 꼽았다. 주택 시장에선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에 밀려 입지가 좁아지는 데다 공공공사 역시 물량이 줄고 제값을 받지 못하면서 성장 동력 발굴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택 시장에서 대형사의 브랜드 파워가 강해지면서 중견사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는 실정이다”며 “해외사업의 경우 사업 위험성이 존재하지만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