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 수원상의 카드 사적 유용 의혹

“수원상의 회장으로 매일 면회···영치물품 특정해 법인카드 결제” 법조계 “업무상 횡령·배임 소지···수원상의 “회계감사 따라 조치” 홍지호, 27일 돌연 수원상의 회장서 ‘일신상의 사유’ 사퇴 2019년 4월 ‘가습기메이트’ 관련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 구속

2021-09-28     주재한 기자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이사(오른쪽)가 지난해 5월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이름이 알려진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이사가 구속수감 시절 자신이 회장(23·24대)으로 있던 수원상공회의소(수원상의) 법인자금으로 영치물품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수원상의는 감사 후 적법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110년 역사를 가진 경제단체를 사유화했다는 비판과 함께 업무상 횡령·배임 등 형사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시사저널e 취재결과, 수원상의는 홍 전 대표이사가 가습기살균제 사건으로 서울구치소에 구속돼 있던 지난 2019년 4월부터 20차례에 걸쳐 97만원의 영치물품을 넣고, 지출품의서를 작성했다.

가습기살균제 ‘가습기메이트’를 개발·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낸 혐의(업무상과실치사상)로 구속됐던 그는 같은 해 8월30일 보석으로 풀려났다.

수원상의가 법인카드로 홍지호 전 SK케미칼 회장의 영치물품을 결제하고 작성한 지출품의서. 결제금액과 사용처, 내용 등이 명시돼 있다. / 사진=시사저널e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이 기간 홍 전 대표이사는 수원상의 직원들에게 면회를 요구하고, 영치물품을 개인 최대치로 넣도록 했다.

수원상의 한 관계자는 “보석으로 나올 때까지 주말을 제외한 매일 직원들에게 면회하도록 했다”며 “‘빵이나 참치는 구매 한도로, 무말랭이는 넣지 말라’는 등 영치물품을 구체적으로 특정해 요구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수원상의 직원들이 돌아가며 면회를 하러 갔다”며 “(홍 전 대표이사가) 품목을 전달하면 법인카드로 구매해 영치물품을 넣어줬다”고 했다.

수원상의는 공금이 홍 전 대표이사의 영치물품에 사용됐다고 인정했다. 다만 금전을 지급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수원상의 측은 “홍 전 회장의 구속수감 시 금전이 아닌 취식 목적의 과일 등을 수원상공회의소 법인카드로써 집행한 것이 확인됐다”며 “추후 회계 감사에 따라 적법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판사출신 한 변호사는 “홍 전 대표이사는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수원상의 업무와 관련해 구속된 것이 아니다”며 “법인카드로 영치물품을 넣도록 했다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죄가 성립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SK케미칼이나 SK그룹 차원에서 회계처리가 이뤄졌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사적 이슈에 법인인 상공회의소 카드를 이용한 것이라면 법적 책임이 따를 소지가 있다”며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더라도 경제계 단체 회장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사저널e는 구체적 사실관계를 재확인하고 홍 전 대표이사의 입장을 듣고자 전화하고 문자를 남겼으나, 홍 전 대표이사는 답하지 않았다.

홍 전 대표이사는 지난 27일 수원상의 회장에서 물러났다. 수원상의는 그가 일신상의 사유로 사퇴했다고 설명했다. 홍 전 대표이사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가습기살균제 사건은 현재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