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證 ‘원준’ vs 미래에셋證 ‘아스플로’···공모청약 과열에 ‘못먹는 감’ 되나

성장업종에 역대급 수요예측 경쟁률···27~28일 동시 공모청약 알짜IPO 쏠림 심화에 청약배정물량도 품귀···'0주 배정' 속출 전망

2021-09-27     이승용 기자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NH투자증권이 상장주관을 맡은 2차전지 소재 열처리 전문기업 원준과 미래에셋증권이 상장주관을 맡은 반도체 소부장 기업 아스플로가 동시에 공모청약에 들어갔다.

원준과 아스플로 모두 수요예측에서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고 공모가도 희망공모가범위를 초과해 확정한 상태다. 통상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공모가가 희망공모가범위를 넘어서 결정되면 공모청약 흥행도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반투자자 대상 배정주식 물량 자체가 적기에 거액을 투자해도 실제로 받는 주식이 없거나 극히 적은 '속빈 강정'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강소기업 IPO' 대전···NH證 ‘원준’ vs 미래에셋證 ‘아스플로’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28일까지 이틀동안 원준과 아스플로는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을 진행한다. 원준은 NH투자증권이, 아스플로는 미래에셋증권이 상장주관사로서 청약신청을 받는다.

원준은 첨단소재 생산에 필수적인 열처리를 전문으로 하는 기업으로 양극재 등 2차전지 소재 분야에서 독보적인 열처리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원준은 올해 상반기에 매출 162억원, 영업이익 48억원을 냈다.

앞서 지난 15~16일 진행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1464.1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공모가도 희망공모가범위(5만2000~6만원)을 넘어서는 6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기관 주문물량 기준 의무보유확약 비중은 44.31%에 달했다. 공모금액은 653억원으로 결정됐고 상장 후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3311억원이다.

원준과 경쟁하는 아스플로는 일본으로부터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반도체 공정가스 공급용 극청정 튜브를 국산화하는데 성공한 기업이다. 밸브, 레귤레이터, 필터 등 반도체 가스공정 관련 부품들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매출 448억원 영업이익 48억원을 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매출 304억원, 영업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6~17일 진행된 기관 대상 수요예측에서 아스플로는 역대 국내 증시 최고 경쟁률인 2142.7 대 1을 기록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공모가도 희망공모가범위(1만9000~2만2000원)를 넘어서는 2만5000원으로 확정했다.

원준과 아스플로 모두 최근 주목받는 성장산업군에 속하는 기업이고 수요예측에서도 네 자릿수대 경쟁률을 기록하면서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를 초과해 확정했기에 이번 청약에서 공모주 투자자들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원준 공모청약 흥행을 위해 3개월 동안 환매청구권도 내건 상태다. 환매청구권은 3개월 내 주가가 공모가보다 10% 이상 하락하면 상장주관사가 공모가의 90%(5만8500원)에 되사주겠다는 약속인데 성장성 추전 상장이나 테슬라요건 상장 등 적자기업 상장에서 상장주관사가 내걸어야 하는 의무사안이다. 원준은 흑자기업이라 환매청구권 대상이 전혀 아닌데도 NH투자증권은 청약 흥행을 위해 환매청구권을 약속한 것이다.

◇ 청약물량 품귀···1억원에 ‘0주’ 나올까

최근 공모주 시장에서는 수요예측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IPO기업에만 공모청약자금이 몰리는 ‘양극화’ 경향이 심해지고 있다.

이달 중순에도 바이오플러스와 실리콘투, 에스앤디, 프롬바이오 등 4개 기업의 공모청약 일정이 겹쳤는데 수요예측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었던 바이오플러스와 실리콘투만 공모청약 흥행에 성공했고 프롬바이오와 에스앤디는 청약흥행에 실패했다.

바이오플러스는 수요예측에서 1220.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지난 13~14일 진행된 공모청약에서도 청약증거금 6조6516억원을 모으며 1206.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실리콘투는 수요예측에서 1437.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공모청약에서도 증거금 11조4759억원을 모으고 1700.56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반면 에스앤디와 프롬바이오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각각 173.11대 1, 85.71대 1에 그쳤고 공모청약에서도 경쟁률이 48.23대 1, 4.2대 1에 불과했다.

이처럼 특정기업 IPO에 대한 공모주 투자자들의 쏠림 현상이 심화되면서 거액을 투자해도 실제로 배정받는 주식이 없거나 1주에 불과한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바이오플러스는 공모청약 물량으로 17만5000주를 배정했는데 무려 28만5207건의 청약신청이 접수되면서 균등배정 주식수가 0.614주에 불과했다. 전체 청약신청자 가운데 61.4%만 균등배정으로 1주를 받았다는 뜻이다.

비례배정 주식을 받기 위해서는 1주당 청약증거금으로 3801만원 이상을 납부해야 했다. 이날 상장한 바이오플러스는 장 초반 4만3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결국 시초가 대비 17.85% 하락한 3만2450원에 장을 마쳤다. 바이오플러스의 공모가가 3만1500원인 점을 생각하면 전체 투자금 대비 수익률이 극히 낮아진 셈이다.

29일 상장하는 실리콘투 역시 균등배정 주식 물량이 모자라 추첨을 통해 일부만 주식을 배정받았다. 삼성증권의 경우 14만8860주 모집에 29만8995건의 청약이 접수되면서 1인당 균등배정 주식수가 0.498주에 불과했고 미래에셋증권의 경우에도 9만9240주 모집에 23만9502건의 청약이 접수되면서 균등배정 주식수가 0.414주에 그쳤다.

실리콘투 비례배정 물량도 1주를 받으려면 삼성증권은 1주당 4322만원, 미래에셋증권은 1주당 5079만원을 증거금으로 납부해야 했다.

원준과 아스플로 역시 일반투자자 청약물량이 많지 않다. 원준의 공모청약 물량은 25만1202주, 아스플로는 18만1500주에 불과하다. 균등배정 물량은 절반으로 원준은 12만5601주, 아스플로는 9만750주다.

일각에서는 이번 원준과 아스플로의 청약 열기가 앞선 바이오플러스나 실리콘투보다 높을 가능성이 있기에 공모투 투자자들이 허탕을 칠 가능성이 더 높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원준의 경우 공모가가 높기에 이론상 청약경쟁률이 3077대 1을 넘으면 투자자가 1억원을 넣어도 1주도 배정받지 못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