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흥행 질주 현대차 ‘캐스퍼’···“크기에 놀라고 성능에 또 놀라고”

귀엽고 아담한 디자인에 SUV의 탄탄함까지 성인 남성이 타도 충분한 1·2열···헤드룸·레그룸 모두 넉넉 실내 곳곳에 적재공간 확보···가속 및 승차감도 합격점

2021-09-29     용인=박성수 기자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차는 누가 뭐래도 ‘캐스퍼’다.

캐스퍼는 광주형 일자리 첫 모델인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생산한 경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국내에선 인기가 시들한 경차급 모델인 탓에 초기에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했지만, 디자인이 공개되고 나서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꼬마 유령 캐스퍼를 연상시키는 아담하고 귀여운 모습에 2030세대 여성 고객 사이에서 호응을 얻다가, 1000만원 아래에 출시된다는 소문에 전 국민의 관심이 쏠렸다. 비록 출시 가격은 이보다 높은 수준에 책정됐지만, 캐스퍼에 대한 열기는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캐스퍼는 사전계약 첫날 1만9000여대를 기록하며 역대 현대차 내연기관 차량 중 가장 높은 기록을 세웠다. 이후 열흘만에 2만5000여대를 달성하며 올해 생산량의 2배 이상을 계약했다.

캐스퍼. / 사진=박성수 기자

지난 27일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캐스퍼스튜디오에서 캐스퍼 실물을 직접 만나봤다.

첫 인상은 생각보다 ‘크다’는 것이다. 경차라는 고정관념에 크기가 작을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예상보다 차체가 컸다. 모닝, 레이, 스파크 등 기존 경차보다는 언뜻 봤을 때 크게 느껴졌다.

수치를 비교해보면 차이는 없다. 오히려 레이가 수치상으로는 더 크다. 캐스퍼는 전장 3595㎜, 전폭 1595㎜, 전고 1575㎜, 휠베이스(축간거리) 2400㎜다. 레이가 전고 125㎜, 휠베이스 120㎜ 더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스퍼가 커보이는 것은 SUV다운 웅장한 디자인과 타이어 크기 차이 때문이다. 레이와 모닝은 14인치 타이어가 기본 장착됐으나, 캐스퍼에는 최대 17인치 타이어가 적용된다. 타이어가 크기 때문에 경차임에도 디자인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것은 물론 승차감도 개선됐다.

전면부. / 사진=박성수 기자

외관 디자인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소형 SUV 느낌을 물씬 풍기며 단단하고 안정감 있는 인상이나, 자세히 살펴보면 곳곳에 아기자기함이 묻어난다. 캐스퍼의 가장 큰 특징인 원형 모양의 LED 주간주행등을 통해 귀여운 느낌을 살렸으며 헤드램프는 얇게 가늘게 찢어진 눈 모양으로 날렵함을 강조했다.

측면은 앞뒤 타이어 덮개 바로 윗 부분을 불룩하게 키워 입체감을 강조했다. 뒷문 손잡이는 유리 끝 부분에 배치했으며 상단에는 웃는 사람의 모습을 형상화한 전용 캐릭터 엠블럼도 추가했다.

측면부 및 뒷문 손잡이 모습. / 사진=박성수 기자

실내도 생각보다 넓었다. 2열의 경우 리클라이닝(등받이를 앞뒤로 기울이는 것)을 적용해 최대 39도 젖힐 수 있다. 앞좌석을 최대한 뒤로 밀고 뒷좌석에 앉으니 무릎과 앞좌석 시트가 바로 닿을 정도였으며, 평소 운전하는 대로 앞좌석을 조정하니 주먹 한 개 반 정도 공간이 확보됐다. 헤드룸도 넉넉해서 2열에 앉았을 때도 큰 불편함은 없었다. 185cm 남성까진 탈 만하고 그 이상은 머리가 닿을만한 높이다.

2열에 앉았을 때 레그룸. / 사진=박성수 기자

1열과 2열 모두 앞으로 완전히 접히는 풀 폴딩을 지원하며 이 경우 최대 2059㎜까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1, 2열을 모두 접더라도 중간중간에 비는 공간이 많아 차박을 위해서는 별도의 평탄화 매트가 필요하다.

2열과 1열 조수석을 접었을 때 모습. / 사진=박성수 기자

1열은 아이오닉5처럼 센터페시아와 센터콘솔을 분리해 운전석과 조수석을 내부에서 이동하기 용이하다. 경차는 수납공간이 부족할 것이라는 편견을 깨기 위해 곳곳에 적재공간을 마련했다. 센터페시아 하단부에 적재공간을 따로 마련했으며, 대시보드 하단에도 길게 적재공간을 배치했다. 센터콘솔에도 컵홀더 두 개를 마련했다.

실내. / 사진=박성수 기자

센터페시아 상단에는 터치가 가능한 8인치 디스플레이를 탑재했으며, 하단부에는 내비게이션, 미디어, 실내 온도 조절 등 주요 기능을 버튼식으로 따로 배치했다. 그 아래는 기어봉이 위치해 있는데, 사진으로 봤을 때는 조작이 어색할 거 같았으나 실제로 움직여보니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차량을 둘러보고 본격적인 시승에 나섰다.

경부고속도로에 올라 속도를 높여봤다. 드라이브 모드를 스포츠로 설정한 뒤 가속 페달을 힘껏 밟으니 생각보다 빠르게 차가 달려나갔다. 고성능차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일상 주행용으로는 가속 측면에선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수준이다. 구부러진 길을 빠르게 지나칠 때도 쏠림 현상은 거의 없었다.

2열 리클라이닝 최소(왼쪽)와 최대치 비교. / 사진=박성수 기자

캐스퍼에는 경차급에선 드물게 스마트크루즈컨트롤 기능이 탑재됐다. 이 기능은 캐스퍼 상위 모델인 베뉴에도 없다. 다만 제네시스나 현대차 최상위급 모델에 비해서는 다소 기능이 떨어졌다. 앞차와의 간격조절의 경우 부드럽게 가·감속하는 다른 모델에 비해 급하게 이뤄졌으며, 차선유지보조기능도 차선 인식률이 뛰어나진 않았다.

소음 부분의 경우 풍절음과 노면소음은 잘 잡아내는 반면, 오히려 엔진소음이 상대적으로 크게 들렸다. 거슬리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조용하다고 보기에도 애매한 수준이다.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캐스퍼 인스퍼레이션 트림으로 액티브 플러스 옵션을 제외한 모든 옵션이 포함됐다.

후면부. / 사진=박성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