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규제 빗겨가는 토스뱅크, 마냥 웃지 못하는 이유

출범 후 2%대 금리 대출로 '공격적 영업'···대출 쏠림 현상 가능성 중저신용자 대출 34% 유지 '부담'···대출 크게 늘리기 어려울듯

2021-09-27     유길연 기자
사진=토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다음 달 출범을 앞둔 토스뱅크가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를 적용받지 않으면서 대출 확대를 위한 기회를 얻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체 대출의 3분의 1을 중·저신용자 대출로 채워야 하기에 무턱대고 대출 총량을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토스뱅크는 오는 10월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토스뱅크는 최근 사전신청을 받는 등 영업 개시 후 흥행을 위한 작업에 한창이다. 분위기는 좋다. 토스뱅크는 지난 10일 사전신청을 받은지 3일 만에 신청자 50만명을 돌파했다. 시간당 약 7000명씩 신청한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토스뱅크는 가계대출 규제의 ‘무풍지대’이기 때문에 영업 개시 후 대출 규모도 크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승범 신임 금융위원장이 임명된 후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을 대상으로 강한 가계대출 총량 관리 규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당국은 토스뱅크의 경우 당분간은 대출 규모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가계대출 총량규제를 가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대출시장은 ‘수요 과잉’ 상태라는 것이 업계의 주된 해석이다. 주택 가격 상승으로 대출을 받기를 원하는 이들은 계속 늘고 있는 반면 은행은 대출 공급을 줄이는 중이다. NH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영업을 잠정 중단했다. KB국민은행은 대표적인 ‘실수요’ 대출로 분류되는 전세자금대출과 집단대출의 한도를 낮추기로 했다. 나머지 시중은행들도 신용대출 한도를 연봉수준으로 내리는 등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 돌입했다. 

대출을 받지 못한 수요가 토스뱅크로 급격히 쏠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토스뱅크는 출범 후 대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공격적인 영업에 돌입할 것을 시사했다. 신용대출을 2%대 금리에 최대 2억7000만원 한도로 내줄 것을 밝혔다. 가계대출 규제 속에서 파격 적인 조건이라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우리·하나·NH농협·신한은행)이 신규로 내준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3.07~3.62%였다.

자료=금융감독원

하지만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올해 말 34%로 끌어올려야 하는 점은 부담이다. 토스뱅크는 시작부터 인터넷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비율을 달성해야 하는 셈이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올해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목표치는 각각 20.8%, 21.5%다. 토스뱅크의 사업계획에서 따르면 올해 말 전체 신용대출 목표액은 4693억원이고, 이 중 중저신용자 대출은 1636억원이 돼야 한다. 

대출 총량이 증가하면 중·저신용자 대출 규모도 같이 늘려야 하기 때문에 건전성 부담도 그만큼 커진다. 출범 초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증대로 연체율과 부실채권 비중이 급등하면 은행 경영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케이뱅크가 초기부터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리다가 부실채권 비중 급등이라는 댓가를 치룬 바 있다. 

토스뱅크는 자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구축해 자산건전성을 관리할 계획이다. 소득 수준에 따라 신용점수를 나누는 신용평가사(CB) 데이터를 고객의 신용도 평가를 위한 일차적인 검증장치로 사용한다. 여기에 토스 고객의 비금융 데이터도 적용한다. 고객의 소득뿐 아니라 자산정보까지 고려한 실질 소득을 산출해내 대출 여력을 평가한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토스뱅크가 여신 사업 경험이 없다는 점은 불안 요소라는 평가다. 자체 신용데이터가 부족한 만큼 건전성을 관리하면서 중금리대출을 크게 늘리는 것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근 인터넷은행들이 CSS를 고도화하는데 있어 핵심은 그간 자체적으로 누적된 금융데이터다. 카카오뱅크가 최근 CSS 고도화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출범 후 자체 신용데이터가 쌓였기 때문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신용평가 모델에 있어 비금융데이터는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 여전히 핵심은 금융데이터다"라며 "그런 측면에서 여신업 경험이 적은 은행들은 아무래도 모델을 고도화하는데 있어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토스뱅크는 건전성 관리를 이유로 대출 규모를 급격하게 늘리기는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제기된다. 자본 확충 문제도 대출을 늘리는데 제한요인이 될 전망이다. 2500억원 수준의 자본금으로 시작하는 토스뱅크는 향후 대규모 유상증자가 이뤄지지 않는 한 대출을 대규모로 늘리기 어렵다. 

토스뱅크 관계자는 "당분간 당국의 가계대출 규제 의지가 강한 만큼 토스뱅크도 대출 규모를 크게 늘리긴 어려울 것"이라며 "당국에 제출한 목표대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