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토요판] 월마트 철수로 보는 이케아 국내 행보
이케아, 국내 시장 진출 이후 성장세지만···일각에선 월마트 전철 우려도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롯데쇼핑이 사실상 한샘을 인수하면서 유통 시장에서 ‘가구’를 둘러싼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코로나19 이후 인테리어 수요가 커지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로 유명한 이케아의 행보도 덩달아 주목되고 있다. 이케아는 고객들의 불만이었던 배송·조립비를 낮추며 국내 시장에서 몸집을 키우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15년전 국내 시장에서 철수한 월마트를 떠올리며 이케아를 향한 우려도 내비치고 있다.
25일 이케아코리아는 코로나19 직격탄에도 2021년 회계연도(2020년9월~2021년8월) 매출이 지난해 대비 3.4% 늘어난 683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년 두 자릿수에서 한 자릿수 성장에 그쳤지만 코로나19에도 선방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케아코리아는 온·오프라인 통합 방문객도 7000만명으로 지난 회계연도보다 23% 늘었다.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도 34% 증가했다.
이케아는 2014년 국내 첫 진출한 이후 8년여간 성장 흐름을 보였다. 특히 가성비 제품으로 소비자들의 인기를 한 번에 끌었다. 다만 이케아는 국내 진출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다. 중소 가구업체들과 상생 방안을 찾지 못해 문제가 이어진 데다 이케아코리아 제품 가격이 일본, 중국과 비교해도 비싸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다.
현재까지도 이케아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비싼 배송비, 조립비로 뭇매를 맞고 있다. 이에 이케아는 올해부터 배송비를 낮추며 세부적으로 나눴고 매장 근처 한해 2만9000원에 제공하던 당일·익일배송 서비스도 적용 지역을 확대했다.
다만 백화점 3사인 롯데, 신세계, 현대가 각각 한샘, 신세계까사, 현대리바트를 품으면서 이케아만의 차별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케아는 국내 가구 시장에서 한샘, 현대리바트에 이어 세번째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백화점 3사의 경쟁력은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백화점 3사는 이케아의 장점인 체험형 매장을 늘리고 무료 배송을 제공해 자사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체험형 매장, 저렴한 가격, 디자인 등으로 국내 소비자를 사로잡은 이케아는 한국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을 받는다. 이를 위해 이케아는 국내 시장에 맞는 전략과 서비스를 제공하며 커지는 가구 시장에서 입지도 키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케아의 행보를 두고 과거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퇴출한 세계적 유통업체 월마트를 떠올리고 있다. 월마트는 1998년 한국 마크로를 인수하면서 한국에 진출했지만 2006년 한국에서 철수했다.
1998년 월마트가 국내 시장에 진출할 당시 누구도 월마트의 실패를 예견하지 않았다. 당시 한국 소비자들은 IMF를 겪은 후여서 어려운 경제사정으로 보다 싼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려는 욕구가 강했다. 또 외국기업인 월마트로선 당시 외국기업이 지불해야 할 세금도 대폭 감소됐고 오히려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한 인센티브가 대폭 강화됐을 시기라 국내 시장 진출은 최적의 시기로 꼽혔다.
아울러 월마트는 월마트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쟁자가 있으면 10분 내로 가격표를 교체하며 소비자들에게 가장 저렴하게 물건을 공급하는 유통사였다.
그러나 당시 택한 월마트의 부지 선택은 국내 시장 진출 실패 원인으로 돌아갔다. 월마트는 작은 도시부터 매장을 오픈해 성장하면 대도시로 진출해왔는데, 이미 월마트가 대도시로 옮길 때는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오픈한 직후였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 소비 패턴을 제대로 읽지 못해 8년동안 어려움을 겪었고, 이후 월마트는 2006년 신세계 이마트에 8250억원이라는 헐값에 매각하고 철수했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케아가 월마트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결국 이케아가 국내 소비자들을 제대로 공략하지 않으면, 월마트와 같은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건강한 경쟁을 통해 더 좋은 홈퍼니싱 제품과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케아는 집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을 리딩하는 홈터니싱 선도 기업으로서 다양한 비용 절감을 통해 디자인, 기능, 좋은 품질의 지속가능한 제품들을 낮은 가격으로 제공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빠르게 변화하는 유통 환경과 다양해지고 있는 고객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옴니 채널 쇼핑 경험을 한층 강화하고 이케아만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도 지속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