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버블’ 여행객 증가에도 웃지 못하는 LCC

사이판 노선 재개에도 대다수 국제노선 여전히 가로막혀 저비용항공사, 최저가 이벤트로 경쟁 심화 고용유지지원금 30일 연장됐지만 지원금 끊기는 11월부터는 고용위기

2021-09-24     유주엽 기자

[시사저널e=유주엽 기자] 트래블 버블(여행안전권역) 여행객 증가로 국제선 운항이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국제노선 추가 확보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최저가 경쟁까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2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티웨이항공, 제주항공 등 LCC의 사이판 노선 예약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제주항공의 경우엔 1200명 이상이 인천~사이판 노선 항공권을 예약했고, 티웨이항공은 이달 사이판 노선 예약률이 90%를 넘어섰다.

이처럼 사이판 여행이 호황인 이유는 우리나라가 지난 6월 사이판과 트래블 버블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며 여행수요가 증가한 것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24일 기준 국내 1차 접종완료자 비율은 72.3%, 완전접종자 비율은 44.0%에 달한다. 

저비용항공사(LCC) 여객기. /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트래블 버블 여행객 증가에도 LCC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사이판 노선 재개만으로 여객 사업을 위주로 운영하는 LCC의 정상화를 논의하기는 이르기 때문이다. 티웨이항공 관계자는 “40여개 국제노선 중 2개 노선(괌·사이판)을 운항한다고 해서 항공업계가 회복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LCC들은 사이판 외 다른 국제노선 확보를 위해 국토교통부에 정기편 노선 재허가 신청을 하고 있다. 다만, 정부의 허가와 실제 운항은 별개의 문제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국제노선 재허가 신청은 미리 준비를 하는 것이지, 바로 운항을 한다는 것은 아니다”며 “정부에서 허가가 나와도 현지 공항의 제반사항을 준비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실 사이판 노선 운항을 재개한 LCC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에어부산의 경우엔 사이판 노선이 없어서 트래블 버블 체결에도 얻는 이익이 없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에어부산은 원래 사이판 노선이 없었지만, 김해공항을 거점으로 하고 있어 출입국에 제약이 따라 적극적으로 노선 확보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에어부산은 현재 ‘무착륙 비행 상품’을 판매하며 활로를 모색 중이다.

LCC들끼리의 가격 경쟁 역시 상황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괌 노선 항공권 판매를 두고 티웨이항공은 ‘지금바로괌’ 이벤트를, 진에어에서는 ‘괌감희소식’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이달 29일 인천~괌 노선 항공권을 23만원에, 진에어는 28일 항공권을 24만원에 판매 중이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지난 14~15일 고용정책심의회를 열어 항공업계 포함 특별고용지원업종에 대한 고용유지지원금 지급을 30일 연장시킨 바 있다. 기존의 고용유지지원금 지급기간은 270일이었지만, 특수상황에 따른 고용위기를 고려해 연장, 지원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지원금 연장에도 저비용항공사들의 위기는 지속될 전망이다. 운송 사업으로 수익을 내는 대형항공사(FSC)들과 달리, LCC들은 대부분의 수익을 여객 사업에 의존하고 있어 코로나19로 항공 운항이 제한되는 상황에선 이전과 같이 고용을 유지하기 어렵다. 고용유지지원금이 끊기는 11월부터는 무급휴직이 단행될 수도 있는 셈이다. 

LCC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정부의 고용유지지원금이 연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하늘 길이 열리기 전까지 현재로서는 무엇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며 “기간사업으로서 항공업이 유지되고 정상화 이후에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고용유지지원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