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대란 금방 끝나지 않는다”···GM, 부품 직접 구매키로
GM, 반도체 제조업체로부터 ‘직접 구매’ 방식으로 공급망 변경 반도체 대란 장기화 판단에 구조 개편 나선 것으로 보여 포드·폴크스바겐·다임러 등 완성차, 반도체 품귀 장기화 우려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미국 최대 자동차 회사 제너럴모터스(GM)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공급망 변경에 나선다. GM이 반도체 공급 구조를 전면적으로 뜯어고치기로 하면서, 반도체 대란이 단기간 내 끝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각) 메리 바라 GM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반도체 공급망에 상당한 변화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바라 CEO는 그간 GM이 반도체를 바로 구매하지 않고 하청업체들로부터 조달받았으나, 이제는 반도체 제조업체들과 직거래하는 관계를 구축하겠다고 전했다.
GM은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이달 초 북미 공장 대부분 가동을 중단한데 이어 전날에도 북미 지역 6개 조립 공장을 감산했다.
바라 CEO는 “고객 니즈가 바뀌면서 우리도 점점 더 많은 반도체가 필요하다”며 신형 GM 자동차에는 기존 모델보다 최대 30%의 반도체가 더 투입된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보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전세계 완성차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이달 독일 뮌헨에서 열린 자동차 전시회 ‘IAA 모빌리티 2021’에서도 완성차기업들은 반도체 대란이 길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헤르베르트 디스 폴크스바겐 CEO는 “반도체 상황이 여름 휴가철 이후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말레시이아에서 코로나19 재유행으로 다수의 반도체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의 유럽 이사회 의장인 군나르 헤르만은 반도체 부족 사태가 2024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헤르만 의장은 “전기차 생산이 늘어나는 것도 반도체 부족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며 “포드 차 포커스를 1대 만드는데 필요한 반도체는 300개지만, 신형 전기차를 만들 때는 3000개의 반도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독일 다임러 올라 켈레니우스 CEO는 “반도체 수급의 구조적 문제가 내년까지 영향을 주고 2023년은 지나야 완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 대란으로 인해 국내 완성차 기업 피해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아산공장과 울산 4공장 가동을 멈추기로 했다. 아산공장은 추석 연휴 직전인 15일부터 17일까지 공장을 휴업했으며, 이달 27일부터 생산을 재개한다.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부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공장 운영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고 있지만, 가동률 하락으로 인해 차량 고객 인도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인기모델인 현대차 아반떼는 출고까지 4개월이 걸리며 코나는 3~4개월, 싼타페 가솔린은 4~5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투싼은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아는 K8의 경우 6개월 이상 기다려야 하며, 스포티지와 쏘렌토는 4~6개월, 카니발 5개월 등 대부분 계약 후 출고까지 3개월 이상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