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총수, 코로나19에 추석연휴 국내 머물며 미래 사업 구상
美 파운드리, 수소·전기차, 지배구조, 배터리 화재 리콜 등 현안 고민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국내 주요 재계 총수들은 추석 연휴 시기에 국내 머물며 미래 경영 구상에 몰두한다. 명절 연휴 때 해외 출장을 통해 현장 점검에 나섰던 재계 총수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작년부터 자택 등에서 조용히 미래 사업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되면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다, 각 기업별로 당면한 경영과제가 산적해 있어 재계 총수들은 이번 추석에도 국내에서 쉴 틈 없는 연휴를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추석 연휴 기간 자택에서 지내며 경영 현안을 점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명절 연휴 기간 대부분 해외 출장을 다니며 현장 경영에 몰두했지만, 지난해 추석에 이어 올해도 국내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어머니 홍라희 여사, 동생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과 함께 선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을 기리는 자리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재계는 이 부회장이 추석 연휴 기간에 첫 해외 출장길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전자가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현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공장을 짓는다는 계획이 알려지면서,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광복절 가석방 이후 취업제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외부 공식 활동에 대해 부담을 느끼고 출장 계획을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수감된 후 200여일이 지난 8월 13일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이는 임시적인 석방으로 취업제한·보호관찰과 같은 제약이 있다. 취업제한의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5억원 이상 횡령·배임을 저지를 경우 형 집행 종료 후 5년간 ‘범행과 관련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추석에 국내에 머물며 가족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경영 구상에 몰두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최근 제네시스 전동화 비전 및 수소에너지 미래 전략 등을 직접 발표하며 친환경 시대에서 선두주자로 나서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특히 지난 8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사장 등 국내 15개 기업 총수들과 모여 수소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수소기업 협의체를 출범하고 수소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또한 지난 15일에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만든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합작 공장 기공식에 참가해 전기차 배터리 내재화 작업을 시작했다.
최태원 SK 회장도 올해 추석 연휴에는 특별한 일정 없이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미래 구상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SK그룹은 석유화학사업부문 중간지주사격인 SK이노베이션이 지난 16일 주총에서 배터리사업부문 분사를 확정한데 이어 내달 12일에는 SK텔레콤이 중간지주사 전환을 위한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의 분할 안건 관련 주총을 앞두고 있는 등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진행중이다.
최 회장은 다음달 열리는 SK CEO 세미나를 앞두고 이번 추석 연휴 동안 경영 화두 등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된다. CEO 세미나는 SK그룹의 대표 연례행사로서 그해 경영 성과를 점검하고 다음해 경영 전략을 논의한다. 이에 최 회장은 탄소중립 실현과 수소사회 구현 등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반도체·배터리 등 사업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자택에 머물면서 전자·배터리·화학·전장 등 주요 사업 현안을 챙기며, 내년 경영 구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구 회장이 신사업 육성에 공을 들이고 있는 만큼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로봇 등 미래 먹거리 준비를 위한 방안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최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전기차 볼트EV 화재에 따른 대규모 리콜 사태가 발생한 만큼 배터리 품질 개선 문제도 구 회장이 재차 점검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추석 연휴 국내에 머물며 미래 먹거리를 구상하는 한편 현안 챙기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최근 롯데쇼핑을 통해 중고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와 가구·인테리어 업계 한샘 지분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바이오 사업 확대를 위해 롯데지주 경영혁신실 산하에 헬스케어팀과 바이오팀을 꾸리며 파격 인사 행보를 보인 만큼 ‘위드 코로나’를 대비한 구체적인 전략 방안을 짜는데 시간을 보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