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 대비 크지 못한 사모재간접 펀드···분위기 반전 조짐 ‘주목’
순수 사모재간접 펀드 3곳에 불과···나머지는 관주도이거나 청산 돼 소액 투자자 기대 컸지만 사모펀드 사태 맞아 주춤 최근 일부 펀드 중심으로 설정액 크게 늘어 기대감 높아져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사모투자재간접(이하 사모재간접) 공모펀드가 처음 출시된 지 4년이 지난 가운데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성장세를 보였다. ‘관(官)’ 주도의 사모재간접 펀드를 제외하면 사모재간접 펀드의 신규 출시는 최근 2년 동안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되레 청산된 사모재간접 펀드가 더 많다. ‘사모펀드 환매 중지 사태’로 촉발된 사모펀드의 전반적인 신뢰 하락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일부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중심으로 최근 설정액이 급격히 증가하는 등 다시금 투자자들의 유입이 시작되고 있다는 점은 시장 확대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수익률 측면에서도 선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사모재간접 공모펀드 시장의 새로운 전성기를 전망하는 시각도 나온다.
◇ 소액 투자자 혜택 기대 높았지만 명맥 끊긴 사모 재간접 공모펀드
16일 자산운용업계에 따르면 사모재간접 공모펀드가 출시 된 지 4년이 지났지만 당초 기대보다는 운용사들의 시장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다.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로 소액 투자자들도 헤지펀드에 간접 투자할 수 있게 한 상품이다. 지난 2017년 5월에 도입 돼 같은 해 9월 펀드가 처음으로 출시됐다.
당시 사모펀드 시장이 크게 성장하면서 사모재간접 펀드 역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됐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을 비롯한 국내 유수의 자산운용사들이 사모펀드에 투자하는 공모펀드를 내놨다. 2019년에는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사모펀드로는 처음으로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출시해 인기를 끌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끝으로 사모재간접 펀드는 당초 예상 보다는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야심차게 출시됐던 펀드들이 소리소문 없이 청산되는 사례도 여럿이었는데, NH아문디자산운용의 ‘NH-Amundi액티브헤지펀드크리에이터’, 신한자산운용의 ‘신한BNPP베스트헤지펀드’, KB자산운용의 ‘KB헤지펀드솔루션’이 설정액 감소를 이기지 못하고 지난해 청산됐다.
키움투자자산운용의 사모재간접펀드인 ‘키움글로벌얼터너티브’의 경우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로는 처음으로 환매 중지 사태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 펀드는 영국계 운용사인 H2O자산운용의 펀드에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펀드였는데, 지난해 8월 프랑스 금융당국이 이 펀드에 대한 자산 동결 조치를 내리면서 환매가 중단됐고 청산이 결정된 바 있다.
이에 현재 운용 중인 순수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는 3곳에 불과하다. 전체적으로는 9개의 사모재간접 펀드가 운용되고 있는데, 이들 중 펀드 3곳은 금융투자협회 주도로 만들어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펀드다. 또 다른 3곳은 뉴딜 정책 펀드로 이 역시 관 주도로 설정됐다. 순수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라 할 수 있는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스마트헤지펀드셀렉션’, 삼성자산운용의 ‘삼성솔루션코리아플러스알파’,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타임폴리오위드타임’ 3곳에 그친다. 사실상 최근 2년 동안 운용사 주도의 새로운 사모재간접 공모펀드가 나오지 않고 있는 셈이다.
◇ 증가하고 있는 설정액···분위기 반전 될까
그러나 일각에선 분위기 반전의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일부 사모재간접 펀드를 중심으로 설정액 증가 추세가 나타나고 있고 수익률도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날 기준 타임폴리오위드타임 펀드의 설정액은 3514억원 수준으로 1년 전인 1430억원 대비 2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국내 주식형 펀드가 최근 1년 새 3조4000억원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큰 변화가 없었지만 지난 5월부터 설정액이 큰 폭으로 늘었다. 기존 투자자들이 수익금 500억원 가량을 재투자한 것에 더해 신규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결과다.
미래에셋스마트헤지펀드셀렉션 펀드 역시 설정액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 펀드의 설정액은 1326억원으로 3년 전인 2018년 12월 1600억원 수준과 비교하면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올해 3월 500억원대까지 수탁고가 줄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자금 유입세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모습은 견조한 수익률에 따른 자금 유입으로 풀이된다. 대표적으로 타임폴리오위드타임의 경우 2019년 출시 이후 5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1년 기준으로는 24.85%로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비슷한 유형의 같은 기간 평균 수익률인 11.67%를 크게 웃돈다.
여기에 사모펀드 이슈가 다소 잠잠해진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가 연이어 터지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이 크게 나빠졌다. 그러다 어느 정도 옥석가리기가 진행되면서 과거 보다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는 모습으로 판매사에서 사모재간접 공모펀드를 랩 상품으로 추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을 정도”라며 “계속해서 사모재간접 펀드에서 좋은 성과가 나온다면 다시금 시장이 활기를 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