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등에 업은 백화점, 이케아는 나홀로 고군분투
코로나19로 가구·인테리어 수요 커졌지만···이케아는 성장 주춤 높은 배송료에 소비자 반발도···본격화된 가구 경쟁 극복 숙제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가구·인테리어 수요가 크게 증가한 가운데, 롯데쇼핑이 업계 1위인 한샘을 품으며 백화점 3사(롯데·신세계·현대)간 가구 경쟁이 예고됐다. 가성비를 내세워 인기를 끌며 가구업계 3위에 안착한 이케아는 높은 배송료에 소비자 반발을 사 고군분투가 예상된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롯데쇼핑은 한샘을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공동 인수했다. 인수 절차는 9월 중순쯤 마무리될 계획이다. 이미 경쟁사인 신세계, 현대는 각각 신세계까사, 현대리바트로 시장을 키우고 있다. 롯데쇼핑도 한샘 인수가 마무리 되는대로 리빙 시장을 적극 공략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백화점에서 리빙은 핵심 콘텐츠로 떠올랐다. 그동안 가구는 ‘자리를 많이 차지하는 품목’으로 분류되고, 매장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이유로 통상 백화점 가장 윗층에 자리해왔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으로 집 꾸미기 열풍이 불자 백화점 리빙 코너도 3~4층으로 옮겨가고 있다.
가구 업체들의 매출도 코로나19와 함께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업계 1위인 한샘은 올해 상반기 매출 5687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97억원이나 늘었고, 영업이익도 올해 상반기 277억원으로 지난해(226억원) 대비 51억원 올랐다. 같은 기간 현대리바트 매출은 3503억원으로 지난해(3529억원)보다 소폭 줄었으나, 영업손실은 100억원에서 51억원으로 크게 개선됐다.
문제는 이케아다. 이케아는 국내 시장에서 가성비를 내세워 2014년 국내 진출 당시 단숨에 가구업계 3위에 안착했다. 하지만 이케아는 국내 가구 업체들이 성장하는 사이 되려 정체됐다.
이케아코리아의 올해 회계연도 매출은 6846억원으로 지난해보다 3.4% 성장하는데 그쳤다. 이는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래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무엇보다 높은 배송료에 대한 이케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컸다. 국내 가구업체 대부분이 무료배송을 하는 것과 달리 이케아는 배송, 조립비용이 추가로 발생해 이를 감안하면 결코 저렴하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케아는 가구당 4만9000원의 배송·조립비용이 발생한다.
이케아만의 경영 전략도 힘을 못쓰고 있다. 이케아는 글로벌 사업전략에 따라 가구를 창고형 매장을 통해 판매하는 동시에 롯데·현대백화점 내부에 쇼룸(체험형 공간) 형태로 입점해 ‘오프라인’ 위주 경영을 해왔다. 이 역시 한샘·현대리바트·신세계까사 등도 체험형 매장을 출점하고 있어, 이케아만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이케아는 시스템을 개선해 택배 비용을 부피와 크기별로 3000, 5000, 8000원 등으로 세분화하기로 했다. 매장 인근 지역에 2만9000원으로 제공하는 당일·익일배송 서비스 지역도 확장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단 이미 소비자들의 반발을 일으킨 상태라, 이케아가 극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는 이케아의 행보를 두고 ‘이미 늦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쇼핑 중심이 온라인으로 옮겨가면서 오늘의집과 같은 인테리어 플랫폼이 생겼고, 백화점 빅3도 가구 업체와 시너지를 내며 공격적으로 리빙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예상돼 이케아의 입지는 점차 좁아질 수 있다는 관측을 제기하고 있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백화점 빅3가 가구와 시너지로 큰 성과를 낼 것으로 보이는데, 높은 배송비로 소비자 반감을 샀던 이케아가 어떻게 이를 극복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케아코리아 관계자는 “비용 절감을 통해 디자인, 기능, 좋은 품질의 지속가능한 제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할 것”이라며 “고객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온·오프라인 모든 고객 접점에서 쇼핑할 수 있는 옴니 채널 쇼핑 경험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