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선책이 시장 대세 됐다···빌라 거래량, 올 들어 최고
수요자 증가로 평균 빌라 거래가격도 급등 환금성 떨어지는데다 정확한 시세파악 어려워···공공재개발 후보지역의 경우 권리산정일 따져봐야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서울 내 빌라 거래량이 아파트 거래량을 넘어서는 역전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빌라 거래량은 여름 휴가철 비수기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1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8월 서울 다세대·연립주택 매매 건수는 총 2828건으로 집계돼됐다. 올 들어 월별 빌라 거래량끼리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은 수치이고, 아파트 매매 건수(2019건)보다는 40%나 많은 수준이다.
빌라 거래량 증가의 주된 원인으로는 서울 전셋값이 지나치게 높아져 차선책으로 빌라 매매를 택하는 이들이 늘어난 점이 꼽힌다.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된 신규 임대차법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반전세 물량이 늘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의 임대차 계약 중 월세를 낀 거래는 39.4%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또 신규계약의 경우에는 턱없이 높은 전세보증금을 요구하는 등 시장왜곡으로 임차인들의 주거불안이 심해지자 차라리 주거환경이 떨어지는 빌라더라도 내 집을 매매하겠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특히 올 2·4 대책을 통해 정부가 공공 직접시행 정비사업과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공공재개발로 주거환경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예고한데다, 소규모로 민간주도 정비사업이 추진되는 사업장이 늘어난 것도 빌라 거래량 증가를 부추겼다. 이 때문에 거래가도 큰 폭으로 뛰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기준 서울 평균 빌라가격은 3억4629만원인데, 이는 8개월 전인 지난해 말(12월)에 견주어보면 32.1%나 급등한 수준이다.
시장에서는 빌라를 찾는 수요는 앞으로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주택매입 비중이 가장 높은 건 30대다. 빌라는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가격이 올랐지만 여전히 아파트와 비교하면 저렴한 데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으로 민간 재개발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가격이 저렴하다고 무턱대고 매수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빌라는 아파트 대비 환금성이 떨어지는데다 시세를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공공재개발의 하는 지역의 빌라를 매수하는 경우에도 입주권이 나오는 조건이 갖췄는지를 파악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국토교통부는 공공재개발의 경우 권리산정일을 지난해 9월 21일 이전 준공을 완료한 세대로 잡았다. 준공일자가 9월 21일 이후라면 입주권을 받지 못하는 현금청산 대상자가 된다. 이 때문에 올해 3월 공공재개발 사업지로 선정된 서울 성북구 장위9구역에서 입주권을 받지 못하는 가구수가 70가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당 지역 전체 소유주가 670명임을 감안하면 10% 이상이 현금청산 대상이 된 것이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가을 이사철에 접어들면서 패닉바잉이 빌라로 옮겨붙는 모양새”라며 “공공재개발 사업지 내 빌라 구입은 다양한 피해 유형에 따른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빌라 매수에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