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질 향상, 고용확대 기대"···기업은행 노조, 주4일제 토론회

금융권, 디지털화로 인력감축↑···주4일제 시행으로 고용 늘려야 콜센터 등 주4일제 적용 어려운 직종 존재··· 보완 제도 고려해야

2021-09-08     유길연 기자
사진=기업은행 노조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기업은행 노조가 금융권 주4일제 도입 논의 첫 발걸음을 뗐다. 노조는 토론회를 열고 주4일제 시행으로 인한 삶의 질 향상, 고용 증대 등 긍정적인 효과와 함께 구체적인 도입 전략과 방식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또 콜센터 등 주4일제 도입이 어려운 직종을 위한 보안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금융산업노동조합 기업은행 지부는 서울시 중구 전태일기념관에서 ‘주4일제 도입-노동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대토론회’를 전날 개최했다. 노조는 국회 내에서 ‘주4일제 대표주자’로 불리는 조정훈 시대전환 국회의원과 공동으로 행사를 개최했다. 

조 의원은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주4일제 도입을 통해 노동을 좀 더 인간적으로 바꾸고, 노동의 효율성과 창의성 향상도 함께 이뤄 노사 모두가 윈윈하는 길을 가야 한다”라며 “주4일제 이슈는 고용주, 노동자의 이슈가 아니라 엄마, 아빠의 의제이며 청소년의 의제다. 모든 이들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문제다”라고 밝혔다.    

이어 첫번째 주제 발제를 맡은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4일제 논의와 다양한 노동시간 단축 실험들을 소개했다. 이어 우리사회에서도 노동시간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영국, 독일, 스웨덴 등 주4일제 실험을 하고 있는 국가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 신체적 고통, 일과 삶의 균형에 있어서 주4일제가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주52시간을 일하는 노동자가 전체 노동자의 5.6%밖에 안 될 정도로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한국사회도 주4일제 도입에 대한 논의를 더 활발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황기돈 한국기술대학교 초빙교수는 금융산업에 주4일 근무제 도입 방안에 대해 제시했다. 그는 최근 “디지털화로 인력 감축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금융권에서 주4일제를 도입하면 고용증대와 삶의 질 향상 모두를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가 제시한 금융산업 주4일제 도입 방안은 두 가지다. 첫째는 주5일 영업을 하되 주4일만 근무하고 기존 인원대비 20%는 신규 채용하는 방안이다. 두 번째는 주7일 영업을 하지만 주4일 근무하고, 주3일은 점포당 5명을 신규 채용해 운용하는 방안이다. 

그는 “두 방법 모두 상당한 신규채용 효과가 있을 것이다”라며 “이와 함께 신기술 도입 활성화에 따른 직무를 신설하고, 사업 간 융복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직무전환훈련을 토대로 적합한 직무관리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토론회에서는 주4일제 도입이 어려운 업무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금융산업에서 콜센터 업무는 하청구조, 할당량 충당 등의 문제로 주4일을 적용하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한다. 이와 함께 주4일제는 작업장에서의 업무와 가사 노동에서 나타나는 성별 격차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함께 시행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승윤 중앙대 교수는 “주4일제 실시로 노동시간이 단축되면 여성의 경우는 남은 시간에 직업훈련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업에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남성은 육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주4일제 시행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정부가 기업에 지원하는 고용유지지원금이 1조 3000억, 청년추가고용장려금이 1조 2000억일 정도로 고용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라면서 “이를 조금만 주4일제에 사용하면 고용 증대와 함께 출산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