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셧다운제 폐지에도 논란 여전…본게임은 지금부터
“선택적 셧다운제 폐지” vs. “예방차원규제” 정부 “게임 리터러시사업 확대로 인식 개선할 것”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정부가 심야 시간에 청소년의 게임 이용을 차단하는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결정했지만 구체안에 대한 이견이 존재해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 국회에 발의된 셧다운제 폐지 관련 법안은 총 7건이지만. 규제 정도가 저마다 달라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2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이 ‘게임 셧다운제 검토를 위한 여야 정책 토론회’를 개최해 법률 개정을 논의했다.
앞서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달 말 ‘셧다운제도 폐지 및 청소년의 건강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방안’을 발표했다. 법령에서 강제적 셧다운제를 삭제하고 게임시간 선택제로 일원화한다는 내용이다. 셧다운제 폐지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현재 발의된 셧다운제 폐지 법안은 ‘청소년보호법 개정안’(6건)과 ‘게임산업진흥법’(1건)으로 상임위 심사 단계에 있다.
◇ 셧다운제 관련법만 6건…국회, 심사 속도낸다
이날 토론회를 시작으로 개정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조 의원은 “정부가 뒤늦게 셧다운제 폐지를 발표했지만, 청소년의 건전한 게임이용 환경 조성을 위해 아직 해야 할 일들이 많다”며 “우선 셧다운제가 규정된 관계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 또 앞으로 ‘게임은 문화’란 인식 개선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 의원도 “게임은 전세대가 공유할 수 있는 문화가 됐으며 이제는 수출 효자상품으로 국가 경쟁력을 높여주는 콘텐츠 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며 “국회가 한때의 잘못된 인식과 판단이 만들어낸 셧다운제 규제를 이제 다시 여야의 협력으로 개선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게임 셧다운제의 헌법적 문제점과 대안’을 주제로 발제한 황성기 한양대 교수는 “청소년보호정책의 패러다임이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소년을 보호의 객체로 보지 말고 인권의 주체로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황 교수는 “현행 청소년보호법의 강제적 셧다운제는 폐지하고 게임 과몰입 청소년 및 가정에 대한 국가적 지원을 방향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과몰입, 규제 필요성에는 여전히 입장차 확인
강제적 게임 셧다운제 폐지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선택적 셧다운제 등 규제 정도에 대해서는 업계마다 의견이 갈렸다. 게임 과몰입에 대해서도 입장차가 드러나면서 향후 법안 심사 과정에서 다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성회 G식백과 게임방송인은 “선택적 셧다운제란 악법은 여전히 살아있다”면서 “10만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조사한 결과 92%가 선택적 셧다운제도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선택적 셧다운제란 보호자의 요청에 따라 제한시간을 정하는 것으로 게임산업진흥법에 규정돼 있다.
선택적 셧다운제 폐지 근거로 ‘제2의 마인크래프트 사태’가 재발할 수 있단 점을 들었다. 심야시간 이용을 제한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대신 모든 청소년의 이용 금지를 결정한 마인크래프트처럼 다른 해외 콘솔 게임사들도 별도 시스템 도입을 기피할 수 있단 것이다.
김 게임방송인은 “최근 메타버스 등 게임의 개념이 광범위해졌다. 청소년들은 로블록스에서 코딩공부를 배우고 e스포츠를 보며 게이머의 꿈을 키운다”며 “이를 법으로 일괄 금지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권리와 창의성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여전히 최소한의 규제는 필요하단 주장도 나왔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인권주체로서 청소년을 고려해야 하는 것에 동의하나 적용돼야 할 영역이 ‘심야시간에 게임을 할 권리’인지에 대해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게임을 질병코드로 지정한 만큼 예방적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9년 WHO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코드로 추가했다. 이에따라 국내에서 민관협의체가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3건의 연구를 하고 있다. 게임 업계는 질병코드가 부여된다면 게임산업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허 입법조사관은 “폭력적 게임이 청소년에게 해롭다는 것은 합의된 사실”이라며 “사후대책보다 예방 차원에서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 이런 차원에서 규제에 대한 논의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셧다운제 이후가 중요…게임 인식 바뀌어야
셧다운제 폐지가 근본 해결책이 아니며 그 이후가 중요하단 의견도 나왔다. 교육을 통해 게임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단 것이다.
김정태 동양대 교수는 “셧다운제의 근본 원인이 아이와 부모의 소통 단절”이라며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게임리터러시 사업을 벌이고 있지만, 학부모의 선입견이 너무 강해 와닿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 발표안에 포함된 게임의 순기능 확산 사업에 집중했다. 발표안에 따르면 교육부, 여가부, 문체부는 게임을 활용한 교육을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인문·자연·예체능·창의 4개 영역에서 200개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내년부터 게임 플랫폼을 제작해 교육게임을 유통할 계획이다.
이현숙 탁틴내일 대표도 “셧다운제 폐지 이전에 전제돼야 할 것은 게임에 대한 충분한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대부분의 학부모는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낮기 때문에 업계와 정부가 게임의 특성, 영향력 등을 충분히 연구하고 사용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전과는 다른 청소년 보호사업을 통해 게임 인식개선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성벽 여가부 청소년보호환경과 과장은 “게임 과몰입을 어떻게 해결할지 여전히 고민”이라며 “현 사업인 상담과 교육사업을 확대하고, 폐지법안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윤재 문화체육관광부 게임콘텐츠산업과 과장은 “각 주체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보호자가 게임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에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의 입장에서 게임의 순기능 확산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