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이 직접 챙겼다”···제네시스, 현대차그룹 전기차 첨병 기대
정의선 회장, 2017년 코나 이후 4년 만에 처음으로 신차 발표회 등장 제네시스, 그룹사 최초로 2035년 탄소 중립 선언···2025년부터 모든 신차 수소·전기차로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오랜만에 신차 행사에 등장했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2017년 부회장 시절 코나 출시행사에 직접 나선 이후 신차 발표회에선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제네시스 전기차 GV60 공개를 포함한 브랜드 전략 발표회에 참가하며 제네시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했다.
2일 제네시스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퓨처링 제네시스’를 공개하고 전동화 브랜드 비전을 발표했다.
정의선 회장은 영상을 통해 “럭셔리 브랜드로 출범한 제네시스는 완성된 라인업과 뛰어난 상품성으로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서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며 “이번 발표는 제네시스의 담대한 여정의 시작점이자 제네시스가 혁신적인 비전을 통해 이끌어갈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려보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브랜드 비전 발표의 포문을 열었다.
제네시스는 ‘정의선의 야심작’이라고 불릴 만큼, 정 회장이 브랜드 출범부터 맡아 사업을 키워나갔다. 브랜드 초기 기획단계부터 외부 인사 영입과 조직 개편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전세계적으로 대중적인 차급을 중심으로 성장하며 ‘대중차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으나, 제네시스 브랜드가 성공하면서 고급차 시장에도 문을 두드리고 있는 상황이다.
제네시스는 최근 국내 시장에서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등 독일 3사를 제치고 고급차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지난해 제네시스는 내수 시장에서 전년대비 2배 가까이 성장하며 처음으로 10만대 벽을 돌파했으며, 올해 1~8월에는 9만2967대를 판매하며 전년대비 38.6% 증가했다. 현 추세대로라면 연 13만대 판매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G80, GV80 등 인기 모델의 경우 풀옵션 기준 8000만원을 훌쩍 넘는 고가 차량이며 G80의 경우 벤츠 E클래스, BMW 5시리즈 등 경쟁 모델과 사실상 가격이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여기에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국산차보다 수입차를 높게 평가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제네시스의 성공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만큼 국내 소비자들에게 제네시스가 고급차 브랜드로 인정받았다는 셈이다.
제네시스는 향후 현대차그룹 수익 확대를 이끌 1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데다 중국이 중저가 차급 생산 및 개발에 속도를 내면서, 대중차로는 수익을 높이기 힘들어진 상황이다.
이에 현대차는 최근 전세계적으로 ‘제 값 받기’ 프로젝트를 통해 상품성 향상에 따른 가격 인상 정책을 펼치는 한편, 고수익 브랜드인 제네시스 영역을 확장하며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제네시스는 그동안 국내에서 라인업을 확장하며 성장했고, 최근에는 북미시장에서 성공하며 경쟁력을 입증했다. 기세를 몰아 제네시스는 올해 유럽, 중국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고급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선 현지 브랜드와의 제품 경쟁력에서 밀리지 않겠다고 포부를 밝혔으며, 중국은 최근 고급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어 이들 수요를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 정의선, 제네시스 출범 후 6년만 등장···전기차 중요도 올라가
정의선 회장이 이번 제네시스 전동화 전략 발표에 직접 나선 것은 브랜드에 대한 각별한 애정도 있겠으나, 지금이 전기차 전환을 앞두고 있는 중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전세계 완성차 기업들은 최근 너 나 할 거 없이 미래 전기차 전략에 대해 발표하면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현대차 코나EV, 테슬라 모델3, 쉐보레 볼트EV 등이 전기차 보급화에 앞장서고 있는 가운데 최근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폴크스바겐 ID.3·ID.4 등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탑재한 차량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면서 전기차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벤츠, BMW, 아우디, 포르쉐 등 프리미엄 브랜드도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면서 본격적인 전기차 ‘춘추전국시대’를 예고했다. 일반 보급형 전기차 시장의 경우 테슬라가 모델3를 바탕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지만,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은 아직까지 두각을 드러낸 곳이 없다. 테슬라도 모델S, 모델X 등 고급차 판매는 저조하다.
이에 제네시스도 전기차 출시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제네시스는 지난 7월 국내에 첫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을 출시했으며 국내 출시 3주만에 계약 대수 2000대를 넘겨 흥행에 성공했다. G80 전기차는 1회 충전시 최대 주행거리는 427km이며, 제로백(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도달 시간)은 4.9초다.
G80 전기차는 국내는 물론 향후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에서도 판매할 계획이다.
더불어 올 하반기에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탑재한 GV60도 출시한다. GV60에 대한 자세한 성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다양한 최신 기술이 탑재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양산 전기차 중 최초로 무선충전 기능이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무선충전의 경우 주차 공간에서 자기장을 발생시켜 충전 케이블이 없어도 배터리를 충전하는 기술이다. 현대차는 최근 무선 충전 분야의 선두기업 미국 와이트리시티와 협력해 무선 충전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추후 기술 개발 및 인프라 구축이 이뤄지면 주차장은 물론 도로를 달리면서도 충전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안면인식 등 생체 인증 기능도 새로 탑재될 예정이다. 얼굴 인식만으로 차량 시동부터 결제 시스템까지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제네시스는 그룹사 최초로 2035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며, 오는 2025년부터 모든 신차를 수소 및 전기차로 출시할 계획이다.